강남 한복판을 점령한 거위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세계적인 크래프트 브루어리 구스 아일랜드가 서울에 문을 열었다. | 크래프트 맥주,구스 아일랜드

호들갑을 조금 떨어야겠다. 맥주 회사가 맥주를 만들면서 파는 가게 하나 열었다는데 왜 그러나 싶겠지만, 이 안에 현 세계 맥주 트렌드의 흐름이 모두 담겨 있다. 거창하게도 그렇다.구스 아일랜드는 시카고 대표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다. 워낙에 성공했기에 이제 법적으로 크래프트 맥주라고 부를 수 없는 규모가 되었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맥주 공룡 기업 AB 인베브에 인수되면서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참고로 한국의 OB맥주도 2014년 AB 인베브에 인수되었다.구스 아일랜드는 전 세계 모든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가 상업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중적인 맥주를 대량생산하는 거대 기업이 소규모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인수하는 것은 세계 맥주업계의 큰 흐름 중 하나다.구스 아일랜드의 경우 브랜드를 대표하는 클래식 라인의 인기 제품은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다. 버번 카운티 같은 스페셜 리미티드 라인이나 빈티지 에일 종류는 여전히 시카고 브루어리에서 소량 생산한다.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는 선에서 자본의 영향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한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대기업이 구멍가게의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는데 순수한 팬들이 반겨줄 리 없다.하지만 최근에야 크래프트 맥주를 사랑하게 된 한국의 애호가 입장에서는 대환영이다. 구스 아일랜드가 대기업에 인수되지 않았다면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 같은 어마어마한 기획은 시도조차 없었을 것이다. 구스 아일랜드도 소규모 보틀 숍에서 판매하는 수많은 크래프트 맥주 중 하나에 불과했겠지.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는 구스 아일랜드에서 이름 그대로 맥주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클래식 라인 몇 가지를 비롯해 총 26종의 맥주와 그에 딱 어울리는 음식을 내는 300석 규모의 레스토랑이다.신선한 클래식 라인 생맥주와 병맥주는 물론 스타우트(흑맥주)를 버번위스키 숙성에 사용한 오크통에서 숙성한 버번 카운티도 판매한다. 버번 카운티는 황홀할 지경의 다크 초콜릿 맛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먹어본 모든 맥주를 통틀어 가장 맛있다. 시카고 브루어리에서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시카고 이외의 지역에서 맛보기 쉽지 않다.빈티지 에일 라인의 소피, 할리아, 질리안, 롤리타, 줄리엣 등도 판매한다. 모두 여자 이름에서 따와 ‘사우어 시스터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각각 특징이 모두 다르지만 버번 카운티와 대비되는 향긋하고 상큼한 느낌이 특징이다. 비교적 대량생산하는 소피를 제외하고 나머지 넷은 버번 카운티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제외하고는 쉽게 맛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각각의 맥주 맛과의 어울림을 고려해 준비한 안주도 일품이다.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법까지 메뉴 개발의 전 과정이 셰프와 브루마스터의 긴밀한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다.구스 아일랜드는 이런 형태의 매장을 세계 주요 도시에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인데 그 첫 번째가 서울이다. 서울이 테스트 베드가 된 것이다.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생긴 지 한 달 조금 지났지만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서울은 미식 붐에 힘입어 먹고 마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의 전 세계 1호점이 서울에 문을 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장 기쁜 사실은 더 이상 한국 주류 시장의 다양성 부재를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맛없는 술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