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을 잡아라!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벌써 한 달,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보고, 겪게 된 것들.

포켓몬을 잡아라!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지난 1월 24일, 화제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한국에 정식으로 상륙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누적 이용자 총 700만 명, 한 달이 지난 지금은 10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말 그대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포켓몬 고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누군가 보도를 위해 만든 허구 같다. 하지만 이런 통계를 믿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포켓몬 고의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포켓몬 고 앱을 켜고 주변 포켓스톱(아이템을 주는 장소)을 따라 사냥을 다니면 진성 유저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마치 좀비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된다.

그들은 포켓몬이 나오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골목이든, 개천이든, 교회, 마트, 공원, 심지어 산꼭대기에도 포켓몬 고 유저가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 한복판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반 주택가 뒷골목도 포켓몬 고의 무대가 된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포켓몬 고가 출시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이다. 평일 밤 11시에 집에서 100미터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포켓스톱을 방문했다. 재미 반, 호기심으로 운동 삼아 야간 헌팅에 나갔다.

그런데 첫 번째 포켓스톱에 도달했을 때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잡는 무리를 만났다. 20대로 보이는 여자와 40대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그 좁은 공간에 나까지 세 명이 섰다. 서로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우리 모두는 포켓몬 헌터였다.

더 웃긴 것은 다음 포켓스톱, 그다음 포켓스톱을 거쳐 30여 분을 움직이는 동안 그들이 나와 함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간에 남학생 둘이 더 합류하면서 우리는 다섯 명의 파티원을 구성하게 됐다.

우리 모두는 이 상황이 웃긴 것을 알면서도 최대한 진지한 얼굴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누구도 쭈뼛대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연기하듯 했다. 아니, 어쩌면 남보다 먼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불탔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기온은 영하 6도였다. 모두가 강추위 속에서 손을 덜덜 떨면서도 경쟁자들보다 포켓몬을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렇게 포켓스톱을 지나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모두가 발을 멈추고 섰다. 희귀 포켓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포켓볼을 3~4번이나 탈출하는 그 녀석을 잡기 위해 모두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다. 그 상황도 참 웃겼다. 그렇게 15개가량의 포켓스톱을 지나자 손이 완전히 얼어서 더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먼저 돌아갑니다. 많이 잡으세요.”

특별한 대상도 없었다. 그냥 함께 다닌 사람들을 향한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였다. 한데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서너 명이 동시에 “네”라고 대답했다. 재미있고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후로도 길에서 포켓몬 고 헌터 수십, 수백 명과 마주쳤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이런 호기심 어린 유행은 잠깐이다. ‘허니버터칩’ 사건처럼 몇 달이 지나면 앱은 지워지고 추억 속에 남을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포켓몬 고 앱을 켜는 횟수가 처음보다 크게 줄었다. 아마 다음 달 즈음이면 더 이상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포켓몬을 잡아라! - 에스콰이어 코리아 2017년 3월호

포켓몬 고 잘하는 법

  1. 포켓몬을 많이 잡아라. 그리고 박사에게 보내라.
  2. 포켓스톱에 최대한 많이 들러서 아이템을 모아라.
  3. 매일매일 접속해 추가 경험치를 얻어라.
  4. 초반에는 레벨을 올리는 데 집중해라.
  5. 적극적으로 아이템을 써라.
  6. 20레벨 이상이 되면 포켓몬을 진화시켜라.
  7. 만만한 적이 있는 체육관을 공략해라.
  8. GPS 교란 프로그램으로 부정 게임을 하지 마라. 의미 없다.
  9. 과정을 즐겨라. 포켓몬 많이 잡았다고 상 주지 않는다. 스스로 상 줘라.
  10. 유료 결제해라. 발로 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포켓볼은 선물이 안 된다.

벌써 한 달,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보고, 겪게 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