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동네카페’ 삼선동 편

성북동 너머에 삼선동이 있다. 대학가의 젊은 감성, 오랜 건물과 좁은 골목이 가진 옛 정취를 동시에 품고 있는 삼선동의 카페 세 곳을 소개한다.

BY이충섭2020.12.25
노이어커피
노이어노이어노이어노이어노이어
쨍한 주황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햇살을 가득 머금은 공간에 커피 향이 난다. 개인적으로 노이어 커피는 최근 가 본 여러 카페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곳이다. 노이어커피가 나의 마음을 끌어당긴 첫 번째 이유는 커피 맛이다. 여기는 호주식 커피를 지향하는 곳인데, 호주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전세계에서 스페셜 티 커피의 강국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유명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이 호주식 커피를 전문으로 하고 있고 요즘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랫화이트도 호주식 커피의 일종이다. 노이어 커피는 호주 멜버른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마켓 레인의 원두를 사용한다. 브라질 산 생두를 로스팅해서 만든 마림버스(Marimbus)라는 이름의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살짝 스치는 산미와 원두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 커피의 진하기도 딱 좋았다. 이곳에는 마시멜로우를 넣어 구운 쿠키와 치즈 케이크가 있는데, 모두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 가게 주인의 친절함 또한 크게 마음이 끌린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소규모 카페의 경우 매출이 반 이상으로 뚝 떨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기분 좋은 미소와 적당한 농담을 섞어 가며 손님을 응대하는 가게 주인의 모습이 좋았다. 카페도 결국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곳이니까 사람에 끌리면 그 공간이 더욱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참, 커피 테이크 아웃을 기다리는 동안 노이어(noear) 커피 이름은 왜 노이어인지 궁금했다. 그냥 단어 그대로를 직역하면 ‘없다. 귀가.’ 라는 뜻인데, 이게 뭘까. 물론 ‘귀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모든 소음을 걷어내고 당신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님에게 집중하는 공간, 이 뜻 역시 이상적이다.
주소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49-2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파도의 숲  
파도의 숲파도의 숲파도의 숲
파도의 숲은 동네 친구들이 만나서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분위기다. 정말 천장에 파도의 움직임을 닮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것도 귀엽다. 파도의 숲에서는 가벼운 브런치도 먹을 수 있다. 몇 가지 브런치 메뉴를 이야기하자면, 바질 페스토와 구운 닭다리 살을 넣어 만든 파스타, 촉촉하게 구운 토스트에 커스커드 크림을 잔뜩 올리고 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딸기를 촘촘하게 얹어 만든 딸기 토스트, 그리고 갈릭 새우 파스타, 크림파스타 등이 있다. 디저트로는 커스터드 푸딩, 마들렌이 있다. 커피는 핸드 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드립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와 달리 맛이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좋아 빈 속에 먹어도 덜 자극적이라 좋다. 파도의 숲 공간은 크게 둘로 나뉜다. 키친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하나 있고, 그 옆으로 6인석, 2인석, 4인석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 하나 있다.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안쪽 공간에서, 간단한 디저트나 커피를 즐길 사람은 키친 앞의 원형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주소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24길 40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건물 외관에 파랗고 커다란 삼선 유통 간판이 그대로 달려있다.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이곳은 카페는 아니다. 가구나 책 등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는 5천원의 입장료를 내면 공간 안에 있는 여러 가구나 책을 구경할 수 있고, 음료를 한 잔씩 주는 일종의 문화 공간이다. 12월에는 사과 착즙 주스 혹은 포트 와인 한 잔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이곳은 큐레이터, 건축가 남매가 운영하는 곳으로, 본인들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이들은 좀 더 가치있는 콘텐츠를 가진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를 열었다. 찬찬히 공간을 둘러 보면, 아마 정확히 정확히 몰라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가구들이 있을 거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아 가품도 꽤 많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미스 반 데 로에의 S533 체어 같은 것들 말이다. 가구는 익숙하지만, 오래된 건물을 터프하게 고쳐 완성한 인테리어때문인지 공간 자체에는 머무는 시간 내내 낯선 느낌이 든다. 원하는 자리에 자유롭게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외국 여행 중 어느 카페나 빈티지 숍에 들린 듯한 기분이다.  
주소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16길 26-3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에디터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