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mpse of HYUNDAI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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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엔 각자의 로봇이 있다. 〈철완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가 있고, 〈로보트 태권V〉의 방영 시간을 기다린 세대가 있고, 〈슈퍼 그랑죠〉와 〈전설의 용자 다간〉을 사랑한 세대가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로봇은 언제나 소년의 미래였다. 20세기 소년들이 꿈꾸던 미래가 매우 근사한 형태로 지금 부산의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미래는 이렇게 성큼 다가왔을까?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기술에 박차를 가하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7월 말,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단발성이 아닌 3년짜리 장기 파트너십이었다. 이미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LA 카운티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현대지만, 브랜드에 기반한 디자인 뮤지엄과 손을 잡은 건 처음이다. 그러고는 “현대가 왜?”라는 물음이 대중의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Hello, Robot. Design between Human and Machine〉(2017) 전시를 아시아 최초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 옮겨와 선보인 것이다.


드론 아래에 ‘PRESS’라고 적혀 있다. 사람이 직접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생한 장면을 담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1월, 현대자동차는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10년 만에 일어서는 것 같아”라며 상기된 표정의 한 남자가 등장한다. 마치 아기가 첫 걸음마를 떼는 것처럼 웨어러블 로봇 ‘MEX’를 착용한 그가 한 발자국씩 걷기 시작한다. 그가 휠체어를 뒤로한 채 걸어간 곳엔 어머니가 서 있다.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의 이야기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기술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영상이지만 ‘로봇은 우리의 친구일까요, 아니면 적일까요?’에 대한 답으로 적절하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생산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위한 근력 보조형 웨어러블 로봇 ‘벡스(VEX)’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엔 한술 더 떠 춤까지 춘다. 율동 수준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Spot)’과 ‘아틀라스(Atlas)’는 BTS와 함께 현란한 댄스 배틀을 벌인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앉아’나 ‘엎드려’ 같은 음성 명령을 알아듣는다. BTS 멤버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마치 반려견 같다. 여러 대가 모여 있을 땐 ‘칼군무’도 뚝딱이다.


〈헬로, 로봇〉 전시를 기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 로보틱스랩과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이 일상으로 스며들었을 때 터져 나올 다양한 쟁점을 전시를 통해 미리 보여준다. 관람객은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14가지 질문을 토대로 꾸민 6개의 방을 차례대로 거닐며 20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작품과 만난다. 스마트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업무, 여가, 연애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마트폰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에이, 그래도 스마트폰을 로봇으로 보기엔 어렵지’라고 생각한다면 드론은 어떤가? 각종 촬영은 물론 물류 배송과 재난지역 구호, 군사 작전에 드론이 쓰인다. 배터리 기술이 발전할수록 드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면 대형 드론이 번화가의 교차로 상공에 떠서 전광판 역할을 하는 식이다. 그러니까 우린 로봇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는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로봇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로봇 세상’은 이미 성큼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두 달 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 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통합하고 확장할 것이라 밝혔다. 2020 CES에서 ‘플라잉 카’ PAV(Personal Air Vehicle) S-A1 콘셉트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어떤 물건을 잘 만드는 것과 잘 알리는 건 다른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그들이 만들 로봇에 대해 알리는 방법으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마테오 크리스(Mateo Kries)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관장은 전시의 취지에 대해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은 지속 가능성, 디지털화, 다양성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술 사용에 있어 인간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필수적인지 보여줍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디자인이 로봇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말과 같다. 디자인이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떤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답이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다.
러봇랩(이설, 홍현수, 신원백) 미디어 아티스트

러브와 로봇의 합성어입니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담았어요. 저희는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ZER01NE)에 소속되어 로봇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살피는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전 작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작업으로 보입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애로 사항이 있나요?
저희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이트 아트, 인터랙티브 영상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작업이죠. 이번 〈FLOW III〉는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을 사용했습니다. 미디어의 차이는 있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유기적 흐름을 생성한다는 개념은 같습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공간 구성에 맞추어 프로젝터의 투사 방법, 센서의 거리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 구현하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전시가 크게 기술, 디자인, 아트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러봇랩에게 이 세 가지는 어떤 관계로 인식되나요?
저희 세 명 모두 인터랙션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미술계에서 기술과 예술을 매우 다른 의미의 단어로 정의하고 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예술의 재료로 사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에게 기술과 예술의 경계는 희미합니다. 이미 융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 디자인 그리고 아트는 각기 다른 의미의 단어지만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예진 HMS크리에이션팀 책임 매니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하는 동시에 기술과 아트의 경계를 탐색해왔습니다. 디자인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는 비트라와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를 추구하고자 하는 현대차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새롭게 전시를 구성하는 것과 이미 완성된 전시를 옮겨오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전시는 ‘순회 전시’ 개념이라 모든 전시물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함께 고민한 끝에 몇 가지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상징적인 로봇 조형물입니다. 원래 건담 피겨가 서 있던 것을 로보트 태권V로 교체했죠. 전시 후반부에 현대차에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로봇 기술에 대한 전시도 추가했습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해 그들이 알지 못하는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설명하는 데 많은 소통과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관람객이 얻어 갔으면 하는 메시지는 뭘까요?
로봇과 인간 삶의 공존에 대한 14개의 질문을 따라가며 관람하도록 기획했습니다. 더욱 고도화된 로봇과의 공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묻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입니다.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로봇 기술을 직접 대면하고 로봇이 바꿔 놓을 일상과 변화, 그 속에서 인간의 역할, 로봇과의 정서적 관계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윤병호 로봇플랫폼팀 파트장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 전시된 ‘DAL-e’는 사실 새로운 버전이 아닌 초기 모델입니다. 초기 모델은 패브릭 소재를 활용해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했습니다. 여러 기술의 유기적인 연동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했습니다. 다만 전시장에는 초기 모델보다 내구성이 좋고 오염을 최소화하도록 개선한 모델을 배치했죠. 친밀감을 높이는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도 추가했고요. 부산까지 방문하기 어려운 분이라면 송파대로 전시장을 방문하셔도 달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달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달이는 수많은 제어 기술과 인공지능이 집약된 로봇입니다. 개발 당시 로봇의 크기, 이동 시 로봇이 바라보는 방향, 목소리, 표면의 재질까지 고려했던 이유는 이 서비스 로봇이 소통하고 배려하는 로봇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로봇들이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친근한 존재로 인식됐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로보틱스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어떤 시너지를 낼까요?
저희는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기술 ‘HRI(Human Robot Interaction)’과 인공지능 및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3D 비전(Vision), 로봇팔(Manipulation), 2족·4족 보행 로봇 제어 기술이 탁월하고요. 둘을 더하면 완성도 높은 로보틱스 기술 구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인간 친화적인 기술을 탑재한 로봇과 더불어 공존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