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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이재용·이순재가 가르쳐 준 사과의 '필수 요소'

사과는 이분들처럼.

BY박세회2020.07.07
왼쪽부터 전현무 전 아나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순재 배우. PHOTO GETTY IMAGES.

왼쪽부터 전현무 전 아나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순재 배우. PHOTO GETTY IMAGES.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 누군가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받아들이는 사과와 받아들이지 않는 사과의 차이점은 뭘까? 대중이 받아들인 여러 조건을 살펴본 결과 공통되는 필수 요소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대단한 발견도 아니고, 어찌 보면 뻔한 얘기지만, 사과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큰 결단이 필요한 요소다.
 
먼저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문을 보자.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선 전국 환자 186명의 절반에 달하는 85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특히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을 늦게 제출해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삼성가를 이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재용 씨는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첫 줄에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서는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잘못한 사실의 적시와 인정 그리고 후속 조치에 대한 약속이 모두 들어가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배우 이순재 씨의 사과문도 마찬가지다. 이순재 씨는 "전 매니저가 언론에 제기한 내용이 맞고 그분께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합니다"라며 "가족의 일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은 것은 잘못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들어올 매니저에게는 수습 기간이든 아니든, 어떤 업무 형태이든 불문하고 무조건 4대 보험을 처리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에게도 요청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역시나 잘못한 사실의 적시와 인정 후속 조치가 들어가 있다.
 
사과의 왕이라는 유명 사회자 전현무 씨 역시 마찬가지다. 전현무 씨는 지난 2015년 'SBS 연예대상'의 사회를 맡았다가 동료 연예인 강호동에게 방송 화면이 송출되는 와중에 "올해 어떤 활약을 하셨죠?"라며 비꼬는 말을 던졌다가 지탄을 받았다. 당시 전현무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친한 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러분들이 함께 보는 방송임을 잠시 망각해 함부로 선을 넘어 진행한 점 인정합니다"라며 "여러분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잠시 전 호동이 형님과 통화했고 경솔했던 제 실수를 말씀드리며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라고 밝혔다. 역시나 잘못한 사실을 적시하고 후속 조치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과할 때는 C.A.P 법칙(care & concern, action, prevention)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관심과 걱정을 드러내고, 후속 조치를 밝히며, 어떻게 예방할지를 적어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사과할 때 단 하나 가장 중요한 걸 꼽자면, '잘못한 사실의 적시'다. 이를 제대로 꼼꼼하게 적지 않은 사과문은 "나는 피해자가 지적한 나의 잘못을 전부 인정하지는 못하겠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얘기하면, 잘못한 사실을 적시한다는 건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입장을 다투지 않고 피해자가 지적한 나의 잘못을 전부 인정하겠다"라는 의미다. 잘못한 사실의 적시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