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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시장들 용문시장 편

요즘 시장은 세대 구분 없이 놀러갈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용문전통시장은 예로부터 용산과 마포를 잇는 가교 같은 곳이자 최근,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트렌디한 먹거리가 많은 시장이다.

BY이충섭2021.01.09
1973년부터 용문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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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돼지 갈비를 주문하니 먼저 상을 차려줬다. 수저를 싼 종이 포장지마다 적힌 ’1973년부터’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몇 년 전통이라고는 많이 쓰지만 1973년부터라고 쓴 걸 보니 오랜 세월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한 주인의 세월과 여유가 느껴졌다. 용문갈비는 다른 돼지 갈비집에 비해 반찬의 구성이 좀 더 다채로운 편이었다. 상추, 깻잎 등 채소나 김치, 파절임까지가 기본이라면 그 이외에도 새콤달콤하게 숙성한 무채, 살얼음 진 동치미, 콩 된장, 갈비 특제 소스 생고구마와 당근 등 모두 갈비와 곁들일 때 궁합이 좋은 찬이었다. 돼지 갈비도 다른 집에 비해 뼈가 거의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굽기가 더 수월했다. 달콤한 양념이 적당히 벤 부드러운 살코기를 특제 양념 소스에 찍어서 상추 위에 올린 뒤, 무채, 파절임, 콩 된장을 함께 쌈을 싸서 한아름 넣었다. 이어서 밥 한 숟갈 크게 퍼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에 푹 담근 다음, 다시 입에 넣었다. 시골 된장의 맛을 기본으로 조개의 시원한 맛과 호박의 달달한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된장찌개. 고기 1인분만 더 시킬까 고민했는데 가게에서는 동치미 냉면을 서비스로 내줬다. 이어서 주인 할머니는 “식혜도 먹고 가요”라며 식혜를 테이블 위에 두고 갔다. 1인분 1만8천원이 처음엔 다소 비싸게 느껴졌지만 다양한 반찬 구성과 공기밥 시키면 나오는 수준을 초월한 맛있는 된장찌개, 그리고 후식 냉면에 얼린 식혜까지 먹고 나니 맞는 가격이었다.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을 만한 가격이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 127 문의 02-712-3900
 
간장 수육과 홍합탕 국수포차
국수포차국수포차국수포차국수포차국수포차
국수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오면 될까 하고 검색해 보니 닭볶음탕부터 가오리찜, 치즈감자전까지 다양한 음식을 다루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20년 가까이 요식업의 길을 걸어온 어머니와 이자카야를 비롯해 다국적 요리를 섭렵한 아들이 함께 하는 가게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가게에 자리를 잡고 대표 메뉴인 간장 수육과 홍합탕을 시켰다. 그날그날 들어오는 해산물에 따라 메뉴를 추가하기도 하고 또 서비스로 내주기 때문에 사실 홍합탕은 메뉴에 없었지만 가게에서 넌지시 알려줬다. 주문하고 나온 홍합탕의 정체는 가리비, 동죽, 새우까지 함께 들어 있는 ‘혜자 해물탕’이었다. 부드러워서 먹기 좋게 잘 삶은 간장 수육과 곁들임 메뉴로 함께 나온 매콤한 파절임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간장 수육 자체가 간이 잘 베어 있어서 그 자체로 즐기는 것도 충분하지만 수육의 영원한 단짝 새우젓을 소량 올려서 먹는 것도 확실히 별미다. 수육 한점에 김치를 싸서 먹었는데 나니 ‘이래서 (칼)국수포차였구나’란 생각이 들 만큼 김치 맛이 좋았다. 배추를 쭉쭉 짖어서 겉절이 형태로 담근 다음, 하루 이틀 정도 곰삭은 김치는 달콤하고 시원해서 수육 끝의 느끼함을 싹 잡아줬다. 거기에 소주 한 모금.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 저녁, 행복한 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웠다. 김치치즈전을 추가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35길 10 문의 0507-1370-6540
 
머무는 사람마저 아름답게 브랑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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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브랑쿠시는 카페 순례를 하는 이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하나의 예술 작품 수준으로 보이는 카페 인테리어는 최근, 유행처럼 번진 더티 커피(Dirty Coffee)의 시초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시류를 잘 읽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더티 커피는 진한 라테 크림, 우유, 초콜릿 등이 컵을 타고 넘쳐 흐르는 커피를 말한다) 브랑쿠시는 김현성 금속 공예가가 누나와 함께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김현성 공예가는 디자인을, 그의 누나는 커피와 디저트를 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옛 두부 공장 부지를 사서 외관은 물론 카페 내부 인테리어, 접시, 포크까지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만큼 꼼꼼히 꾸몄다. 브랑쿠시란 이름 역시 김현성 조각가가 평소 존경하는 루마니아 작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에서 따왔다. 카페는 처음 들어갈 때 만나는 실내 공간과 야외 정원, 정원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실내 공간까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눠져 있고 각각의 공간이 저마다의 특색과 오브제로 꾸며져 있어서 한 공간 한 공간이 작품 전시 공간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인테리어만 뛰어나다면 찾아오는 손님도 한정적일 것인데 앞서 말했듯 이곳은 더티 커피로 유명할 만큼 커피와 음식 모두 훌륭하다. 솔티 카라멜 스콘, 얼그레이 무화과 스콘, 레몬 치즈 케이크, 펌킨 치즈 케이크는 요즘처럼 가게 문을 일찍 닫는 시기에도 저녁쯤 가면 이미 솔드 아웃일 경우가 많다. 특히, 펌킨 치즈 케이크는 구운 호박은 케이크 위에 가니시로 쓰고 찐 호박은 케이크 안에 알알이 들어있으며 크림 역시 호박이 함유돼 있어서 한 조각만 먹어도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현재 글루와인과 함께 떠먹는 피자, 칠리 미트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넓은 매장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 104 문의 070-4466-9371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맛있어서, 친절해서 소세지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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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이 맞는지 반문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사실 이곳은 십수 년 이상을 용문시장 어귀 건물 2층에서 영업했고 기존의 ‘소시지하우스’에서 현재 ‘소세지전문점’로 바꾼 것이다. 평소에도 위트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한 사장은 “사주에 바꾸라고 나와서요”라고 농을 던졌는데 진실은 그만이 알 것이다. 메뉴와 음식 맛은 모두 십수 년 전 그대로여서 오랜만에 와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소시지는 맥주라는 비공식 유언비어 덕분에 이곳은 많은 손님들이 2차로 찾아오긴 하지만 사실 소주를 마실 때에도 전혀 나쁘지 않은 구성인 데다가 어떤 메뉴를 시켜도 서비스 어묵탕이 나오다 보니 실제 단골 중에는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어묵탕에 소주 한 병을 비우기도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세지전문점의 메인 메뉴는 독일식 소시지와 햄이다. 콜드 컷 소시지부터 모듬 소시지, 락스슁켄, 카바노치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하다. 이 중에서 베스트 메뉴는 콜드 컷 소시지다. 얇게 썬 소시지에 갈릭 머스타드 샐러드, 얇게 썬 양파, 토파토, 피망, 피클, 비스킷을 큰 접시에 담고 이어서 할리피뇨와 머스타드 소스, 칠리 소스 등이 따로 나온다. 실제로 보면 소시지, 햄으로도 이렇게 푸짐한 한 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생각이 들 정도일 것이다. 사실 이 집은 음식 맛도 좋지만 맥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워낙 회전율이 좋아서 깔끔하고 목 넘김이 좋은 국산 생맥주를 매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새창로 136 문의 02-701-3477
 
일본식 비빔라멘 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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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시장 앞 원효로 사거리에서 대각선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일본식 비빔면 마제소바 전문집 미하루가 있다. 가게 앞에 가니 구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세련된 일본식 인테리어를 접목한 것이 눈에 띄었다. 가게 공간이 꽤 넓은 편인데도 주방을 크게 빼고 또 오픈형으로 마무리한 걸 보니 가게 주인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메뉴는 총 두 가지로 아부라소바와 마부라소바가 있는데 아부라소바는 돼지, 건어페류를 사용한 소스가 들어가서 비교적 달콤하고 마부라소바는 새우를 사용한 소스에 매콤함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두 소바에는 9~10가지의 고명이 올라가 있는데 다진 양파, 멘마, 쪽파, 실고추, 양파 튀김, 가쓰오부시, 김이 공통적으로 들어가고 아부라소바에는 맛달걀이, 마부라소바에는 달걀 노른자가 올라간 점이 다르다. 아부라소바를 비비기 시작하니 그 속에서 온기가 피어오를 만큼 따끈해서 겨울에 먹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굵고 넓은 면은 달걀 함유량이 높아서 뚝뚝 끊어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비비기에 용이했다. 사실 이곳의 마제소바는 먹는 방법이 무궁무진해서 즐거웠다. 교카이식 비빔 라멘답게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대로 먹는 것이 좋고 맛달걀이나 달걀 노른자를 으깨서 좀 더 풍부한 맛으로 즐겨도 좋다. 조금 더 강렬한 맛을 원한다면 테이블에 놓여 있는 다시마식초, 라유, 핫소스를 넣어서 먹어도 된다. 아마 다소 묽은 소스와 다진 고명을 보고 나면 젓가락으로 어떻게 먹지란 생각이 드는데 사실 다 이유가 있다. 서비스 밥과 김을 받은 후 밥을 소스와 고명에 척척 비벼서 김에 싸먹는 것이다. 이 또한 미하라의 마제소바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52길 9, 1층 문의 0507-1316-2514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깊고 실한 용문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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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시장에는 오랜 전통의 해장국집이 많은데 용문해장국 역시 그 중에 하나다. 1966년 시작한 용문해장국은 소뼈, 선지, 시래기가 들어간 전형적인 서울 스타일의 해장국을 구사하는데 맛이 깊고 내용물이 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소문 그대로 가게 앞 주차장에는 이미 6~7대의 택시가 줄지어 있을 만큼용문해장국은 기사 식당 맛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문한지 2분 만에 나온 해장국은 진하다 못해 검붉은 색으로 느껴질 만큼 짙게 느껴졌다. 먹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진한 국물이면서도 맵거나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해서 해장국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맛이었다. 또 하나는 소뼈에 붙은 고기가 갈비탕에 들어간 고기 수준으로 실해서 국물에 밥 말아 먹고 끝나는 해장국이 아니라 고기를 발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소 쿰쿰한 향이 느껴져서 해장국을 자주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즐기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깍두기의 무 자체가 워낙 품질이 좋고 또 잘 숙성된 편이라 시원한 맛의 깍두기와 함께 먹는다면 해장국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110 문의 0507-1347-6290 인스타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