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11월의 책 4

중쇄를 거듭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골랐다.

BY박호준2021.10.28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네모 / 휴머니스트
복잡한 역사와 이해관계 탓에 ‘가깝고도 먼 나라’라 불리지만, 여행 가고 싶은 나라 순위에서 언제나 최상위권을 차지하던 ‘가장 가까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팬데믹 이전, 현지에서 먹었던 라멘이나 야키도리, 모츠나베의 맛이 그리워진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 지금도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식당〉 등을 켜놓고 여행의 식도락을 추억팔이 하는 사람이 여럿일 터다. ‘이 시국’이 만 2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등장한 이 책이 무척 반가웠던 이유다. 앞에서 언급한 음식 드라마를 책으로 펼쳐놓은 듯, 밥과 면 그리고 고기와 생선을 활용한 요리에 대한 설명이 소소하고 잔잔하게 이어진다. 다만 모든 설명이 ‘한국인 맞춤형’이라는 점에서 드라마와는 다르다. 음식을 사랑하는 도쿄 토박이이자 한국 거주 경험이 있는 작가가 직접 한국어로 집필해서다. 덕분에 흥미로운 설명이 이어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국인들이 학창 시절에 먹던 한국의 급식 카레와 일본의 급식 카레는 어떻게 다를까? 또 그 차이가 카레 미식의 지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일본에서 주류 라멘이 아닌 돈코츠라멘이 왜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을까? 여행에 대한 간절함을 적절히 달래고 나자, 가까운 날에 새롭게 시작할 바로 다음 여행이 벌써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김현유




언캐니 밸리

애나 위너 / 카라칼
지인 몇은 테크업계로 이직했고, 또 다른 지인 몇은 코딩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흐름’이랄 만한 게 되고 보니 그건 더 이상 남의 문제 같지 않았다. 시대의 문제, 혹은 나의 문제인 건 아닐까? 세상의 변혁을 혼자만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현존하는 직업의 대다수가 10여 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는데, 너무 무방비인 건 아닐까? 출판 편집자 애나 위너가 실리콘밸리로 향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녀가 속해 있던 뉴욕 출판계는 하루가 다르게 위태로워졌고, 세상 모든 것이 테크와 연결되면서 실리콘밸리에는 자본과 권력과 기회가 넘쳐났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성공했다. 두 번의 이직 끝에 대부분의 날을 자택에서 근무하며 10만 달러의 연봉에 스톡옵션까지 받는 인력이 된 것이다. 대신 모든 것이 능력과 효율로 재편된 세상을 견디고, 업계에 만연한 성차별과 도덕적 해이에 눈감으며, 기술 지식과 호승심을 가진 소수의 인력이 전 세계를 착취하는 시스템을 용인해야 했지만 말이다. 〈언캐니 밸리〉는 결국 그것들을 견딜 수 없게 된 그녀가 테크업계를 뛰쳐나와 쓴 400페이지 분량의 수기다. 최종장에 이르면 그 어투는 고발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인데, 다만 단순히 악당을 지목하고 거품을 폭로한다기보다 우리가 얼마나 ‘언캐니’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시대상을 폭넓게 반추하도록 만든다. 오성윤
 
 

킨포크 가든

존 번스 / 윌북
‘숲세권’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숲과 역세권을 더한 말로 집 가까이 숲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인스타그램에는 반려동물만큼이나 ‘반려식물’을 뽐내는 사람이 많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플랜테리어’ 역시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 방식이다. 어떤 계기로 식물이 주목받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효과만큼은 탁월하다. 〈킨포크 가든〉을 펼쳐 페이지를 슥슥 넘겼을 뿐인데 긴장했던 표정이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정성 들여 잘 가꾼 모습의 정원,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형태의 정원 그리고 문화와 만남의 장소로서의 정원이다. 14개국 23개 도시에서 발견한 화가, 디자이너, 플로리스트의 보물 같은 정원을 〈킨포크〉의 편집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멕시코 정글 속에 30년 동안 가꾼 정원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문 닫은 자동차 공장 옥상에 주말마다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모이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화분 대신 들여도 좋겠다. 중간중간 화분을 관리하는 법이나 꽃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함께 들어 있다. 박호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팰트먼 배럿 / 더퀘스트
기관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고장 났을 때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하려는 기관이 이해의 주체인 인체의 뇌라면 얘기는 더욱 중요하고 복잡해진다.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 1%에 들어가는 저자는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을 통해 지금 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당신의 뇌라는 기관이 그동안 받아온 오해를 찬찬히 벗겨낸다. 예를 들면 뇌의 삼위일체 이론이다. 인간의 뇌 가장 안쪽에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도마뱀의 뇌가 자리하며, 그 위에 포유류로부터 물려받은 감정의 뇌인 변연계가 자리하고, 그 가장 바깥쪽을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진 이성적 사고의 근원인 대뇌피질이 둘러싸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는 본능과 감정이 이성과 싸운다는 고대의 철학을 뒤집어 증명해내곤 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매우 과학적으로 들려 지나치게 유혹적인 미신이다. 이런 미신을 넘어 현대 과학이 가닿은 최첨단의 뇌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박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