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 유튜버, 본업 변호사가 본 유튜브의 어두운 생태계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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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유튜버, 본업 변호사가 본 유튜브의 어두운 생태계

김현유 BY 김현유 2023.03.30
 
본업은 변호사지만, 내 부업은 유튜버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건 사실 ‘영업’ 때문이다.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과정과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소통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변호사나 법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도 풀어주며 변호사 일을 하면서 느꼈던 답답함도 많이 해소되었고 말이다.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채널을 키워가는 중이다. 유튜브에서는 채널 운영자를 ‘크리에이터(creator)’라고 불러주는데, 말 그대로 유튜브 생태계의 나는 ‘창조자’다. 비록 작은 채널이지만 이곳은 나의 자아실현 장소이자 놀이터인 동시에 영업장이 되었다.
얼마 전 유튜버로서 분노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표절’이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어떤 장르에서나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표절이라지만, 이 사건이 유독 나를 분노하게 한 건 남의 노력을 ‘공장식’으로 찍어낸 표절이기 때문이다. 표절을 행한 이들은 일종의 공장을 차려놓고 표절 저작물을 찍어냈다. 그리고 그 공장은 ‘AI’라는 멋진 이름의 간판을 달고 있었다.
사건은 ‘리뷰엉이’라는 이름으로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제 유튜브가 도둑질당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리뷰엉이는 자신과 유사한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우주고양이 김춘삼’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회수가 높은 영상의 섬네일과 콘텐츠 전개 그리고 대본 등 표현 방식 등을 모조리 베껴 거의 똑같은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폭로했다. 논란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중복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뿌리는 ‘어뷰징(abusing)’으로 옮겨갔다. ‘우주고양이 김춘삼’이 유튜버 ‘신사임당’과 한 인터뷰에서 “이런 방식으로 채널을 한 3~4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신사임당은 누구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팔아 수십억 원을 번 인물로 알려진 신사임당은 초보 유튜버들에게 유명 채널의 영상, 제목, 섬네일을 그대로 베껴 ‘관련 영상’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조회수 높이는 방법을 가르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영상에서 그는 “구독자는 적은데 조회수가 급상승한 영상의 섬네일과 제목을 가져다 베껴라”라고 종용했다. 그는 이런 도둑질을 ‘AI’라는 기술로 포장했다. 자신이 만든 영상 검색 솔루션인 ‘노아AI’를 통해 표절할 만한 영상을 검색하고 추출하는 법을 가르치며 말이다. 그저 한숨만 나왔다.
이 사건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과연 이런 경우 저작권이 어떻게 되는지일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우선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물 중 인기 있는 것을 가져다 영상을 만드는 경우. 예를 들어 네이트 판의 ‘베스트 톡’이나 디시인사이드의 ‘실베’, 에펨코리아의 ‘포텐’, 여성시대의 ‘핫플’, 더쿠의 ‘핫게’에 올라온 글을 가지고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없는 익명 게시물이지만, 창작성이 있다면 저작물에 해당하기에 무단으로 도용할 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수 있다. 다만 저작권법의 처벌 규정은 대부분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인 데다 해당 게시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실제로 문제 되는 경우가 적다.
두 번째로 브런치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실려 저작권자가 명시되거나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글을 가져다 영상을 만드는 경우다. 이는 당연히 저작권 침해가 된다. 해당 내용을 캡처하거나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뿐만 아니라, 대본으로 써서 영상을 만드는 경우에도 2차적 저작물 작성 방식에 의한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이번 사건과 같이 다른 사람의 영상을 베끼면서 그 영상의 내용을 약간 수정하고, 사진을 비슷하지만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경우인데, 조금 복잡하다. 이번 사건처럼 일단 영상 제작자가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논문 등 자료를 찾아 논리적으로 배열해 편집한 영상은 자체로 영상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또 스크립트와 사용한 사진은 각각 어문저작물과 사진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영상의 구성과 배열 자체도 저작권법상의 편집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들어간 영상을 모방한 경우를 살펴보자. 언어적 표현을 조금 달리하고 유사하지만 다른 그림으로 대체한 과정은 어문저작물이나 사진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피해 가려는 노력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배열에 대한 편집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피해 가려는 노력은 크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어문저작물이나 사진저작물의 침해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지만, 편집저작물로서의 독창적인 배열과 편집을 침해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고, ‘참교육’이나 ‘사이다’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 저작권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파목의 경우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유튜브 표절 사건은 이와 관련된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민사적으로 저작권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에 해당할 경우 각 법률에서 손해배상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해당 규정을 근거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쟁점이 될 부분은 AI가 한 행동의 책임을 인간에게 돌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그간 유튜브를 하며 유튜브 영상도 결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파는 것과 똑같다는 걸 느꼈다. 판매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좋게 포장해 팔 수도 있고, 남들에게 팔고 싶은 양품을 구해서 팔 수도 있으며, 최근 유행하는 물건을 찾아내 비슷한 물건을 팔 수도 있다. ‘물건’을 ‘영상’으로 바꾸면 유튜브가 된다. 유튜브 생태계는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내가 올리는 콘텐츠를 선택받는 시장인 것이다.
나는 영업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변호사로서 나를 홍보하고 콘텐츠를 팔기 위해 시장에 나온 것이다. 내가 파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내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것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던 무렵에는 잘 팔릴 것 같은 내용의 영상, 높은 조회수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끼워 넣었다. 이른바 ‘미끼 영상’이다.
높은 조회수와 많은 구독자라는 달콤한 과실을 바라는 이들은 많지만, 쉽게 얻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영상을 짜깁기해 공장처럼 콘텐츠를 생산해낸 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변호사 일을 하며 수많은 사례를 봐왔다. 편법을 쓰면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다시는 정도를 걷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다.
결국 정도를 걷는 것이 답이다. 나 역시 더 이상 ‘미끼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을 키워나가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내가 직접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가장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후 나는 콘텐츠 생산자로서도 변호사로서도 상당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런 큰 기회를 준 유튜브의 생태계가 공장형 표절로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기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법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고 유튜버 개개인이 올바른 윤리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유튜브라는 플랫폼 그 자체다. 유튜브가 저작권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생태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은 유튜브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범죄나 권리 침해로 규정되지 않은 싹들까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고윤기는 변호사다. 유튜브 채널 ‘법률꿀팁’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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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현유
    WRITER 고윤기
    ILLUSTRATOR MYCDAYS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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