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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부터 '8번 출구'까지! 탈출 불가능한 스릴러 영화 8

공간공포 스릴러의 계보를 한눈에! '큐브'부터 '8번 출구'까지,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어떻게 공포의 무대가 되었는지 분석합니다.

프로필 by 최이수 2025.10.24

영화 <8번 출구>는 익숙한 공간을 불안한 세계로 포장하고 있는데요. <8번 출구>에 영향을 준 출구 없는 세계의 계보를 따라가 봅니다.


1. 영화 <큐브> 시리즈, 1997–2004

영화 '큐브' 시리즈/ 영화 공식 이미지

영화 '큐브' 시리즈/ 영화 공식 이미지

정육면체 방이 이렇게 무서울 줄 누가 알았을까요. 영화 <큐브(Cube)>는 인간이 만든 구조 속에서 길을 잃는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벽마다 새겨진 숫자, 문마다 숨어 있는 함정, 그리고 “이 방에 들어온 이유”조차 모르는 사람들. 누구도 전체 구조를 보지 못하고, 각자 계산과 의심 속에서 무너져갑니다. 무서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문이 열려 있지만, 아무도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의 저예산 실험작으로 대성공은 거둔 <큐브>는 이후 ‘공간 공포’의 기본 설계도가 되었습니다.


2. 영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 2019–2021

영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 영화 공식 이미지

영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 영화 공식 이미지

방탈출 게임을 진짜로 목숨 걸고 해야 한다면 이런 느낌일 겁니다. 영화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은 21세기형 큐브이자, 완벽하게 디자인된 공포 체험입니다. 정교한 퍼즐, 초정밀 트랩, 심리전을 자극하는 시나리오까지. 참가자들은 탈출이 아니라, 감시의 피실험자가 되어갑니다. 방은 사람의 공포를 데이터처럼 학습하고, 관객은 그 게임의 관찰자가 됩니다. 영화 <8번 출구>처럼 일상적인 공간(지하도)을 무대로 삼았지만, 그 일상성 자체가 함정이라는 점이 더 끔찍합니다. 이 영화는 세련된 절망의 기획서 같습니다.


3. 영화 <더 플랫폼>, 2019

영화 '더 플랫폼' / 영화 공식 이미지

영화 '더 플랫폼' / 영화 공식 이미지

이번엔 수직입니다. 층마다 음식이 내려오는 감옥, 위층은 풍요롭고 아래층은 굶주립니다. 단 한 번의 배식, 단 한 개의 식탁. <더 플랫폼(The Platform)>은 사회의 위계와 욕망을 구조 그 자체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배가 고파질수록 인간은 괴물이 되고, 규칙은 스스로의 변명을 위한 언어가 됩니다. 영화 <8번 출구>가 개인의 루프라면, 이 영화는 사회의 루프입니다. 위로 올라가도, 아래로 내려가도, 출구는 없다. 이 간단한 명제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4. 영화 <더 서클>, 2015

영화 '더 서클' / 영화 공식 이미지

영화 '더 서클' / 영화 공식 이미지

움직임조차 허락되지 않는 원형의 방. 50명의 사람들이 원 안에 서 있고, 일정한 간격으로 한 명씩 사라집니다. 누가 죽을지는 그들 스스로가 투표로 결정해야 합니다. 영화 <더 서클(The Circle)>은 정지된 공간의 공포를 보여주는 실험극 같은 영화입니다. 공포의 방향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향합니다. 침묵 속에서 폭력은 더 정교해지고, 도덕은 더 모호해집니다. 결국 인간을 가두는 건 벽이 아니라, 서로를 겨누는 시선입니다.


5. 게임 <P.T.>, 2014

게임 'P.T' / 게임 공식 이미지

게임 'P.T' / 게임 공식 이미지

게임사에 길이 남을 20분짜리 악몽입니다. 문을 열면 복도, 또 복도, 또 같은 복도. 조명은 바뀌고, 사진은 조금 달라지고, 라디오의 잡음이 이상하게 울립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그 차이를 의심하지 못한 채 계속 걷습니다. 게임 <P.T.>는 ‘반복의 미세한 변형’을 공포의 본질로 만든 걸작입니다. 영화 <8번 출구>의 지하도가 바로 이 복도의 후손입니다. 괴물 한 마리 나오지 않지만, 당신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6. 게임 <더 백룸> 시리즈, 2022

게임 '더 백룸' 시리즈/ 게임 공식 이미지

게임 '더 백룸' 시리즈/ 게임 공식 이미지

인터넷 밈으로 시작한 가장 무서운 세계관입니다. 현실에서 잘못된 문을 통과하면 도달하게 되는 뒷공간 백룸은 노란 벽지, 형광등 소음, 무한히 이어지는 복도. 누군가는 이곳을 우연히 촬영했고, 누군가는 아직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게임 <더 백룸(The Backrooms)>는 <8번 출구>의 도시 버전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우리 모두가 이미 거쳐간 장소의 기억입니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그 불쾌한 친숙함. 그게 바로 이 게임의 가장 강력한 공포입니다.


7. 게임 <8번 출구>, 2023

게임 '8번 출구' / 게임 공식 이미지

게임 '8번 출구' / 게임 공식 이미지

모든 시작은 이 작은 인디 게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픽은 단조롭고, 사운드는 거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지 지하도를 걷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되돌아가라”는 규칙을 따릅니다. 하지만 단조로움이 거듭될수록 불안은 깊어집니다. 복도의 조명, 간판, 문 하나가 바뀌는 순간, 현실의 균열이 시작됩니다. 영화 <8번 출구>는 바로 이 게임의 불안함을 시각 언어로 확장한 작품입니다. 공포는 자극이 아니라 관찰의 문제임을 증명한, 미니멀리즘의 승리입니다.


8. 영화 <8번 출구>, 2025

영화 '8번 출구' / 영화 공식 이미지

영화 '8번 출구' / 영화 공식 이미지

지하도를 걷던 남자는 어느 순간 ‘출구 8’을 발견합니다. 되돌아가도 같고, 나아가도 다릅니다. 괴물은 없고, 소리는 정적입니다. 그러나 그 정적이 점점 더 크게 들려옵니다. 영화 <8번 출구>는 2020년대 공간 공포의 정점입니다. 게임이 아닌 현실, 픽셀이 아닌 콘크리트로 완성된 루프. 지하도의 복도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는 ‘패턴의 세계’입니다. 공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오늘도 지하철로 향하는 그 계단 밑에 있습니다.


Credit

  • Editor 조진혁
  • Photo 각 영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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