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팀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죠. 쉽지 않은 방식이에요. 비결이 궁금해요.
팀원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요. 잘 보이려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쩌면 그래서 눈앞에 있는 ‘나’를 그대로 믿어주는 것 같아요. 팀원들이 저를 편안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둘 중 하나는 놓치고 가야 하죠.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관계마다 거리라는 게 있다. 내가 너희와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거나 친하지 않은 관계인 건 아니다. 뭘 자꾸 나누고 옆에 꼭 붙어 있다고 친한 게 아니라 이 정도의 거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끝까지 함께하는 것도 친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관계다. 어렵지만 그 관계의 거리를 너희가 인정하면 우리는 계속 갈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서로 선을 넘지 않는 거죠.
영화 〈배틀 로얄〉이나 동양의 협객처럼 이미지가 뚜렷한 작업을 해왔어요. 비주얼 작업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해요. 3분 안에 찍어야 하는데 어떤 장면을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하죠. 그 안에 모든 스토리를 담지는 않더라도, 하이라이트 장면을 뽑는다면? 무협 영화도 계속 무술만 나오지는 않잖아요. 싸우는 장면이 슬플 수도 있고, 위태로워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든) 행복하게 보일 수도 있죠. 그런 식으로 생각해요. 한국 음악을 쓴다면 가사에도 많이 기대요. 음악이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백그라운드 효과를 낼 때 저는 동적으로 완벽하게 더 맞춰주죠.
‘프라우드먼’은 시그너처 포즈가 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부족은 성인식 등의 의례를 치를 때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해요. 페이스 페인팅을 함으로써 껍질을 벗고 성인이 되든, 다짐을 하든 뭔가 터닝 포인트를 지나는 걸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죠. 거기서 착안한 동작이에요. 방송에서는 ‘헬로 비치스’에 처음 썼는데 내가 이제 나쁜 년이 되겠다 같은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아요.
퍼 코트, 글러브, 슈즈 모두 프라다. 톱, 레깅스 모두 마크 제이콥스. 이어링 모니카 소장품.
극복의 개념을 좋아해요. 힘들었지만 이겨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라는 느낌을 주는 음악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마냥 신나기만 한 음악은 크게 공감을 못 해서 좋아하지 않아요. 디스코나 시티팝 같은 건 안 들어요. 좀 더 마니악하고 인디적인 음악을 많이 듣죠.
욕심이 없어지는 순간. 돈부터 사람, 실력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는 순간이요. 비우는 시간을 꼭 가지려고 노력해요. 자주 하진 않지만 캠핑을 좋아하고, 여행을 가도 관광지보다는 섬에 가서 그냥 누워만 있는 게 좋아요. 근데 혼자면 무서우니까 한두 명은 같이 있어야 하고, 또 그 한두 명과는 서로 말없이 개인 플레이를 해야 하죠.(웃음)
(그런 게) 너무 많아서 없애려고 노력 중이에요.
댄서를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이 직업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죠?
댄서는 행복한 직업이에요. 몸이 아프고 돈을 못 버는 경우도 있고 사회적 지위가 아직은 낮아서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서 감정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실력이 늘고, 그걸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돈도 벌 수 있거든요. 예술가란 정말 좋은 직업이죠. 그림자가 있다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이죠. 난 즐거운데 그 즐거움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상태에 빠지는 거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어요. (그런 상태는) 소외감을 느낄 게 아니라 풀어가야 할 공식 같은 거예요. 시간이 걸릴 뿐이지 해결 방법은 분명히 있거든요. 문제를 풀자고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하나씩 풀면 돼요. 내 춤이 난해해? 그러면 덜 난해하게 바꾸되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뭔지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찾아내면 되는 거죠. 사회적 비판을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주제가 너무 무거우면 사람들이 안 볼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회적 비판을 표현한 춤을 보면서도 즐거울 수 있을지 표현력에 대해 더 연구해야죠. 방법을 계속 연구하며 성장하면 그림자도 해결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을 받아들인다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관련기사] 스우파 허니제이 "제가 추구하는 건 '고급 섹시'거든요" 스우파 아이키 "팀원들이 내가 누린 것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스우파 노제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어지면 그게 트렌디죠" 스우파 효진초이 "환경에 흔들리지 말고 믿으세요" 스우파 가비 "댄서들이 인정받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요" 스우파 리헤이 "제 에너지는 몸 안에서 지진처럼 나와요" 스우파 리정 "힘들면 샤워하면서 울고 그러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