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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격식을 지키는 여름 남자 스타일 노하우 3

오픈카라 셔츠와 버뮤다팬츠로 알아보는 여름이라는 딜레마를 타파할 남성복의 가장 명확한 두 가지 해답.

프로필 by 양승조 2026.06.24
여름 남자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두 가지 해답
  • 노동자의 셔츠에서 할리우드의 낭만의 셔츠로, 목을 죄던 타이를 풀어헤친 자리에서 완벽한 해방감과 정제된 여유의 ‘오픈카라셔츠’
  • 군인들이 바지에서 버뮤다제도의 비지니스 바지로 ‘버뮤다팬츠'

1.칼라(Collar)의 해방, 드레스코드를 가로지르는 우아한 여유


여름의 남성복은 늘 지독한 인과관계의 서사에 갇혀 있었다. 신사로서의 단정한 기품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의 단추를 단단히 채운 채 뜨거운 땀을 흘리거나, 혹은 지독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스타일과 품격을 통째로 포기한 채 한없이 느슨해지거나. 도시의 아스팔트가 열기를 뿜어낼 때마다 남자의 드레스룸은 타협과 고집 사이의 전쟁터가 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우리가 구원 투수로 맞이해야 할 오픈카라 셔츠(Open Collar Shirt)와 버뮤다팬츠(Bermuda Shorts)의 조우는 이 오랜 이분법적 한계를 비웃듯,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우아하게 가로지릅니다. 휴양지의 나른한 정취와 서양 테일러링의 정중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이 두 가지 아이템의 만남은, 남자가 여름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오픈카라 셔츠, 혹은 캠프 칼라(Camp Collar)나 구바라(Guayabera) 셔츠라고 불리는 이 유서 깊은 아이템의 미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흥미로운 유래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대 기후 노동복에서 출발한 오픈카라 셔츠의 초기 형태. 목을 여는 칼라 구조가 시원한 착용감을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열대 기후 노동복에서 출발한 오픈카라 셔츠의 초기 형태. 목을 여는 칼라 구조가 시원한 착용감을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이 셔츠의 모태는 18~19세기 쿠바나 필리핀 등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 지역의 노동자들이 입던 작업복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쿠바의 농부들이 입던 구바라 셔츠는 시원한 통기성을 위해 목의 단추를 없애고 평평하게 눕는 칼라를 채택했는데, 이것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현대적인 오픈카라 셔츠로 진화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할리우드 아이콘을 통해 노동복은 낭만적인 남성복으로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할리우드 아이콘을 통해 노동복은 낭만적인 남성복으로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할리우드 아이콘을 통해 노동복은 낭만적인 남성복으로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할리우드 아이콘을 통해 노동복은 낭만적인 남성복으로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1950년대에 이르러 오픈카라 셔츠는 할리우드 황금기의 아이콘들을 통해 단순한 노동복에서 남성미와 낭만을 상징하는 클래식 웨어로 신분 상승을 이뤄낸다. 말론 브란도, 엘비스 프레슬리, 가리 쿠퍼 같은 당대의 배우들이 휴양지나 일상에서 첫 번째 단추를 과감히 풀어헤친 채 오픈카라 셔츠를 입은 모습은, 전 세계 남성들에게 '타이 없이도 우아할 수 있다'는 새로운 드레스코드를 계시했습니다.


숀 코너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 타이 없이도 우아한 여름 클래식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숀 코너리의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 타이 없이도 우아한 여름 클래식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즉, 이 셔츠의 개방된 깃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격식을 갖추고자 했던 인류의 지혜와, 세련된 반항기를 품었던 미학적 역사가 정교하게 맞물려 탄생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일반적인 드레스 셔츠처럼 밴드가 목을 감싸고 깃이 솟아 있는 구조가 아니라, 첫 번째 단추가 생략된 채 자연스럽게 양옆으로 눕는 칼라 깃은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해방감을 준다. 이 작은 변주는 생각보다 거대한 실루엣의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코튼 린넨 오픈카라 셔츠. 자연스러운 구김과 질감이 여름 셔츠의 깊이를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코튼 린넨 오픈카라 셔츠. 자연스러운 구김과 질감이 여름 셔츠의 깊이를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린넨 소재의 오픈카라 셔츠. 자연스러운 구김과 질감이 여름 셔츠의 깊이를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린넨 소재의 오픈카라 셔츠. 자연스러운 구김과 질감이 여름 셔츠의 깊이를 만든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스타일의 진정한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키는 원단의 질감(Texture)에 있습니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드레스 셔츠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깊이는, 손끝에 기분 좋은 마찰을 남기는 고밀도 코튼이나 특유의 불규칙한 슬러브(Slub)가 살아있는 린넨 및 믹스 소재가 본질에 충실한 깊이감 있는 스타일의 진정한 성패를 결정합니다.


인위적인 주름이 아닌 입는 이의 시간과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하는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어낸다. 잘 정제된 이지 클래식(Easy Classic)의 정수는 바로 이 자연스러운 칼라의 꺾임과, 원단이 지닌 정직한 구김 속에서 증명되는 법이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았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멋, 그것이 오픈카라 셔츠가 지닌 자연스러운 힘입니다.





2. 버뮤다팬츠, 짧은 바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테일러드의 유전자


열대 지방 군복에서 유래한 버뮤다 팬츠. 짧은 바지에 실용성과 격식을 더한 아이템이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열대 지방 군복에서 유래한 버뮤다 팬츠. 짧은 바지에 실용성과 격식을 더한 아이템이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많은 남성들이 여전히 반바지라는 카테고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망설이곤 합니다. 다리를 드러내는 순간 클래식 남성복이 오랜 세월 견고하게 구축해 온 진중함과 격식이 순식간에 휘발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릎 바로 위를 대담하게 스쳐 지나가거나 무릎 중간을 묵직하게 덮는 버뮤다팬츠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셔츠와 타이를 더한 버뮤다 팬츠 비즈니스룩. 반바지도 테일러드 무드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셔츠와 타이를 더한 버뮤다 팬츠 비즈니스룩. 반바지도 테일러드 무드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19세기 후반 대영제국 군인들이 열대 지방의 기후를 견디기 위해 군복 바지를 잘라 입은 것에서 유래하여, 이후 버뮤다 제도의 비즈니스 정장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했던 이 팬츠는 남성의 하의 실루엣에 신선하고도 단단한 변주를 제안합니다.


버뮤다팬츠가 길거리의 평범한 쇼츠들과 완벽히 궤를 달리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구조적인 실루엣과 태생적인 디테일에 있습니다.



원턱 디테일이 돋보이는 버뮤다 팬츠.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원턱 디테일이 돋보이는 버뮤다 팬츠.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투턱 디테일이 돋보이는 버뮤다 팬츠. 넉넉한 실루엣이 하체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투턱 디테일이 돋보이는 버뮤다 팬츠. 넉넉한 실루엣이 하체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허리 라인에 깊고 우아하게 잡힌 원 턱(One-tuck) 혹은 투 턱(Two-tuck) 디테일, 그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풍성하게 퍼지며 떨어지는 와이드한 통은 상체의 가벼운 오픈카라 셔츠와 만났을 때 전체적인 착장의 무게중심을 지면으로 단단하게 잡아주는 앵커(Anchor) 역할을 수행합니다.



카키 린넨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가벼운 상의와 매치해도 단정한 인상을 유지한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카키 린넨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가벼운 상의와 매치해도 단정한 인상을 유지한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반바지를 입었음에도 옷차림 전체에서 진중한 격식이 뿜어져 나오는 이유는, 이 팬츠가 고유의 테일러드(Tailored) 유전자를 명확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단하게 직조된 코튼 치노나 무게감 있게 툭 떨어지는 중량감 있는 리넨 소재의 버뮤다팬츠는 하체의 실루엣을 입체적이고 건축적으로 살려줍니다.




3. ARCHITECTURE OF STYLING: 곡선과 직선이 맞물리는 완벽한 완급 조절


아이보리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밝은 톤온톤 조합이 여름 남자 코디에 여유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아이보리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밝은 톤온톤 조합이 여름 남자 코디에 여유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아이보리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밝은 톤온톤 조합이 여름 남자 코디에 여유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아이보리 오픈카라 셔츠 스타일링. 밝은 톤온톤 조합이 여름 남자 코디에 여유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시각적인 편안함과 지적인 인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톤온톤(Tone-on-Tone) 스타일링’을 제안합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을 머금은 듯한 은은한 올리브 그린이나 차분한 테라코타 컬러의 오픈카라 셔츠를 매치했다면, 하의는 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샌드 베이지, 크림, 혹은 에크루 톤의 버뮤다팬츠를 선택하는 식입니다.


상하의의 색채 대비를 급격하게 주기보다 채도와 명도를 부드럽게 연결해 나갈 때, 전체적인 실루엣은 시각적으로 확장되며 한층 더 깊은 입체감을 획득합니다.


둘째는 구조적인 연출을 통한 선의 조화입니다. 셔츠의 밑단을 팬츠 안으로 과감하게 집어넣는 ‘턱인(Tuck-in) 스타일링’은 벨트 라인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버뮤다팬츠가 가진 클래식한 테일러드 실루엣을 극대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묘미는 셔츠를 사방으로 아주 살짝 빼내어 풍성한 볼륨감(Blousing)을 주는 것입니다.


에스파드류로 완성한 여름 슈즈 스타일링. 가벼운 착장에 클래식한 마무리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에스파드류로 완성한 여름 슈즈 스타일링. 가벼운 착장에 클래식한 마무리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스트랩 샌들로 완성한 여름 슈즈 스타일링. 가벼운 착장에 클래식한 마무리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스트랩 샌들로 완성한 여름 슈즈 스타일링. 가벼운 착장에 클래식한 마무리를 더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이는 단단하게 잡힌 팬츠의 직선과, 셔츠가 그리는 부드러운 곡선이 만나는 경계선에 절묘한 완급을 부여한다. 다리는 확연히 길어 보이고, 서 있는 태도에는 범접할 수 없는 여유가 깃듭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룩의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결국 슈즈의 몫입니다. 이 정교한 클래식 룩에 가벼운 테니스 슈즈나러닝화를 매치하는 것은 잘 차려진 파인 다이닝에 투박한 플라스틱 스푼을 얹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로퍼를 매치한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짧은 팬츠를 한층 단정하게 보이게 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로퍼를 매치한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짧은 팬츠를 한층 단정하게 보이게 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로퍼를 매치한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짧은 팬츠를 한층 단정하게 보이게 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로퍼를 매치한 버뮤다 팬츠 스타일링. 짧은 팬츠를 한층 단정하게 보이게 한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분위기를 막아줄 최후의 보루로서, 별도의 안감 없이 유연하게 가공된 스웨이드 로퍼나 정교하게 가죽을 엮어 만든 스트랩 샌들을 매치하세요.



발끝에서 완성되는 이 작은 위트야말로 당신이 이 옷들을 얼마나 높은 감도로 이해하고 소화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여름은 스타일을 포기하고 숨는 계절이 아니다. 도리어 가벼워진 옷차림 틈새로 당신의 진짜 안목과 감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절입니다.



글을 마치며

목선을 타고 흐르는 오픈카라 셔츠의 부드러운 곡선과, 하체를 단단히 받쳐주는 버뮤다팬츠의 클래식한 직선. 이 두 가지 키워드를 감각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당신의 여름은 그 누구의 계절보다 우아하고, 깊고, 서늘할 것입니다.

ESQUIRE CLUB MEMBER
양승조
자영업자(남성복맞춤의류판매)
테일러링이 가미된 클래식, 캐주얼 옷들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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