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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채우러 가지 말고 비우러 가자
바야흐로 여름이다. 벌써부터 한낮의 열기가 만만치 않다. 이맘때면 누구나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난다. 2026년의 휴가 키워드는 비움과 채움 그리고 회복 아닐까. 좋은 호텔에 머무는 호캉스를 넘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리트릿으로 떠나는 여행이 새로운 흐름이다. 빽빽한 일정을 채우는 대신, 비워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그리고 그 무대로 제주만 한 곳이 없다. 한라산과 바다, 숲과 바람을 모두 품은 제주는 웰니스 여행에 최적의 섬이다. 요가와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화산암반수에 몸을 맡기고, 차 한 잔에 마음을 내려놓는 곳. 올여름 진짜 쉼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제주 웰니스 스테이 다섯 곳을 골랐다.
1. 에가톳 | 뷰티 거장이 만든 숲속 웰니스 빌리지
장작으로 데운 핫텁, 편백 숲길, 그리고 요가
에가톳 캐빈 전경 / 이미지 출처: 에가톳 캐빈 네이버 지도
에가톳을 만든 사람은 뜻밖에도 뷰티 브랜드 파파레시피의 창업자 김한균 대표다. 건성과 태열로 고생하는 딸을 위해 마스크팩을 만들며 시작해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일군 인물이, 왜 갑자기 제주 숲속에 웰니스 마을을 지었을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어느 날 비움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고,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한라산 자락의 작은 마을에 풀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에가톳이다. 오두막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ttage’를 거꾸로 뒤집은 이름처럼, 일상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보자는 철학을 담았다.
에가톳은 11개의 단독 캐빈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유리 창 너머로 숲이 그대로 들어와, 마치 숲속에서 잠들고 씻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에가톳의 매력은 ‘의도된 수고로움’에 있다. 캐빈 마당의 핫텁은 버튼 하나로 데워지지 않는다. 직접 장작을 지펴 물을 데우고, 따뜻해진 물에 몸을 담근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힐링이 된다.
캐빈을 둘러싼 약 1km의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날이 좋으면 숲속 요가 공간에서 아침 요가와 명상을 즐긴다. 제주 삼나무와 현무암, 말린 귤피로 향을 더한 프라이빗 사우나, 토요일마다 열리는 사운드배스 명상, 차를 직접 우려 마시며 책을 읽는 라이브러리까지. ‘쉼을 넘어 삶으로’라는 에가톳의 문장처럼, 이곳의 웰니스는 하루의 휴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실제로 에가톳은 요가와 명상, 사운드 힐링을 한자리에 모은 웰니스 페스티벌을 열며 그 철학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가만히 받는 휴식보다 직접 몸을 움직여 채우는 쉼을 원하는 사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266
2. WE호텔 | 화산암반수에 몸을 띄우는 메디컬 웰니스
제주에서 가장 의학적인 쉼, 아쿠아 테라피의 정수
돔 형태의 메디테이션 풀 / 이미지 출처: WE호텔 네이버 지도
같은 웰니스라도 WE호텔의 접근은 다르다. 한라의료재단 WE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프리미엄 헬스 리조트로, 다른 곳보다 한층 더 치유에 가깝다. WE호텔의 핵심은 한라산 천연 화산암반수를 활용한 수(水)치료다.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암반수로 채운 기능성 풀에서 진행되는 아쿠아 프로그램이 이곳의 시그니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하이드로테라피다. 어머니의 자궁을 형상화한 돔 형태의 메디테이션 풀에서, 어둑한 조명과 훈훈한 공기에 둘러싸인 채 부유기에 몸을 맡기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몸을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지고, 마치 무중력 상태에 들어선 듯한 감각이 찾아온다. 떠 있는 동안 천천히 받는 스트레칭과 지압은 긴장을 완전히 풀어준다.
물속에서 히말라야 싱잉볼의 파동을 느끼며 명상하는 ‘아쿠아카밍’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이다. 여기에 전문의 1대1 심층 상담을 통한 맞춤형 메디웰 프로그램까지 준비되어 있다. 그저 쉬는 것을 넘어 몸을 제대로 회복시키고 싶은 사람에게 WE호텔은 가장 확실한 선택지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단순한 휴식을 넘어 몸을 의학적으로 회복하고 싶은 사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1100로 453-95
3. 취다선 리조트 | 정적인 다도부터 춤추는 명상
차 한 잔의 고요함, 그리고 몸이 흐르는 대로 추는 춤
취다선의 찻자리 / 이미지 출처: 취다선 네이버 지도
조금 더 고요하게 머물고 싶다면 취다선이다. 이름 그대로 차(茶)를 중심으로 힐링을 설계하는 리조트다. 취다선에서 보내는 하루는 향기로운 차향과 함께 시작된다. 이른 아침 명상룸에서 진행하는 차 명상은 투숙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한쪽 벽면을 유리로 마감해 바깥의 자연이 온전히 들어온다. 끓는 찻물 소리와 차를 따르는 소리에 들뜬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취다선의 티룸에는 분위기가 각기 다른 네 개의 독립된 차실이 있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 앉는 재미가 있다. 작은 연못을 낀 죽로차실과공선차실은 특히 운치가 깊다.
흥미로운 점은, 취다선이 정적인 차 명상의 정반대에 있는 경험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로 오쇼 쿤달리니 액티브 명상이다. 쉽게 말해 춤 명상이다. 정해진 동작 없이 몸이 흐르는 대로 자유롭게 흔들며 몸 안의 진동 에너지를 깨우고, 쌓인 스트레스를 밖으로 흘려보내는 명상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명상이 낯선 사람도 쉽게 빠져들 수 있지만, 끝나고 난 뒤의 개운함은 그 어떤 명상보다 깊다. 고요한 차 한 잔과 격렬한 춤 명상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 취다선이 선사하는 색다른 힐링의 폭이다. 다도와 요가, 명상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로 즐기는 올 인클루시브 운영이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차분한 다도와 역동적인 명상을 두루 경험하고 싶은 사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2688
4. 제주901 | 비움과 채움이 순환하는 미니멀 스테이
요가로 비우고, 러닝으로 채우는 한라산 자락의 쉼
제주901 외부 모습 / 이미지 출처: 제주901 네이버 지도
제주901은 이름부터 독특하다. 숫자 9는 채움을, 0은 비움을, 1은 새로운 채움을 뜻한다. 도시에서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새롭게 채우라는, 순환의 철학이 깃든 공간이다. 한라산 뷰가 펼쳐지는 한적한 곳에 자리한 제주901은 숙소와 비건 카페, 웰니스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힐링 스테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901마인드풀니스와901요가로 구성된 원데이 클래스다. 901요가는하타 플로우를 기반으로 한 힐링 요가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자세가 집중력과 유연성을 높여준다. 요가로 몸과 마음을 비워냈다면, 이제 채울 차례다. 제주901이 자리한 한라산 자락은 가벼운 러닝과 트레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맑은 공기 속을 달리며 땀을 흘리고 돌아오면, 비건 브런치나 유기농 스무디로 몸을 채울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객실이다. 침대에 누우면 천창으로 하늘의 구름과 별, 비 내리는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긴 공간은 비움이라는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요가와 러닝, 그리고 깊은 쉼이 어우러진 이곳은 제주에서 즐기는 가장 미니멀한 힐링 여행지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요가와 러닝으로 몸을 비우고 채우는 균형 잡힌 쉼을 원하는 사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288-39
5. 플레이스캠프 제주 | 놀면서 채우는 액티브 리트릿
쉼이 꼭 고요할 필요는 없다, 신나게 놀며 충전하는 법
플레이스 캠프 제주 외부 모습 / 이미지 출처: 플레이스 캠프 제주 네이버 지도
앞선 네 곳이 고요한 쉼에 가까웠다면, 플레이스캠프 제주는 정반대에 있다. ‘쉼이 꼭 조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성산일출봉과 인접한 이곳은 스스로를 호텔이 아닌 ‘캠프’라 부른다. 투숙객은 손님이 아니라 ‘플레이어(player)’로 머물며, 마음껏 웃고 활기차게 걷고 음악을 즐기며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 단순한 숙박을 넘어 쉼과 콘텐츠가 한데 어우러진 신개념 스테이다.
웰니스를 즐기는 방법도 활동적이다. 아침이면 너른 광장이나 잔디밭에서 야외 요가가 열리고, 플레이메이트라 불리는 직원과 함께 서우봉 오름을 오르는 트레킹 클래스, 광치기 해변까지 이어지는 러닝과 산책 코스가 기다린다.
플레이스캠프에서 광치기 해변까지는 800m 남짓,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도 3~4km 거리라 가볍게 달리며 제주의 아침을 만끽하기 좋다. 무엇보다 이곳의 자랑은 시즌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지역 소상공인과 여행자를 잇는 플리마켓이 열리고, 계절마다 음악과 문화가 어우러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활력. 가만히 쉬는 것만으로는 충전이 안 되는 사람에게, 플레이스캠프 제주는 가장 즐거운 리트릿이 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조용한 휴식보다 활동적으로 놀며 에너지를 채우고 싶은 사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동류암로 20
글을 마치며
올여름 휴가는 조금 다르게 보내는 건 어떨까. 화려한 호캉스 대신, 직접 장작을 지피고 물에 몸을 맡기고 차 한 잔에 나를 돌아보는 제주 웰니스 여행. 채우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비우기 위한 여행은, 끝나고 나면 분명히 다른 무언가를 남긴다.
다섯 곳 가운데 가장 끌리는 한 곳을 골라, 진짜 재충전의 시간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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