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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듣기 좋은 클래식 추천, 선우예권이 연주하는 프란츠 리스트 3곡

비 오는 날 집에서 듣기 좋은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찾고 있다면, 선우예권의 앨범 《리스트》에 귀 기울여보자. 화려한 기교보다 사랑과 위로, 고독의 서정성을 담은 리스트의 음악들.

프로필 by 박선재 2026.06.22
선우예권의 《리스트》로 듣는 비 오는 날의 클래식
  • 슈만-리스트 <헌정>: 사랑의 마음을 가장 다정한 피아노 선율로 옮긴 고백 같은 곡
  • 리스트 <위안>: 장마철의 느린 오후에 어울리는 고요하고 깊은 위로의 음악
  • 리스트 <사랑의 꿈>: 낭만적인 선율 속에 리스트의 서정성과 애틋함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

선우예권이 담은 리스트의 서정성

장마가 시작되면 세상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약속 장소를 향해 걷는 발걸음도,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도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인다. 사람들은 흔히 장마를 불편한 시간으로 생각한다.


축축하게 젖은 신발, 좀처럼 마르지 않는 빨래,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 오히려 클래식 음악은 이런 날씨 속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 이미지 출처: 유니버설뮤직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 이미지 출처: 유니버설뮤직

최근 선우예권의 전국 투어 피아노 리사이틀이 막을 내렸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인간적인 목소리와 서정성을 담은 이번 앨범 <리스트> 발매를 기념으로 한 달 동안 이어진 이번 투어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겼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기자간담회 현장 / 이미지 출처: 유니버설뮤직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기자간담회 현장 / 이미지 출처: 유니버설뮤직

사실 리스트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화려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피아노 독주회를 최초로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받으며, 당대에는 오늘날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의 연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청중이 몰려들었고, 연주가 끝난 뒤 남겨진 장갑이나 머리카락을 기념품처럼 간직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리스트를 눈부신 기교와 화려함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프란츠 리스트 /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프란츠 리스트 /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선우예권이 주목한 것은 다른 모습의 리스트다. 청중을 압도하는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위로하며, 때로는 고독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리스트 말이다.



슈만-리스트: 헌정

Liszt: Liebeslied “Widmung”, S. 566 (After Schumann, Op. 25 No. 1)



리스트: 위안

Liszt: Consolations, S. 172:No. 3 in D Flat Major. Lento, placido



리스트: 사랑의 꿈

Liszt: Liebestraum, S. 541:No. 3, 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



이토록 다정한 고백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말하는 이보다 듣는 이가 더 긴장되는 고백이 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모습 속에서 느껴지는 눈빛이 되레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은 말년의 고독과 침잠이 짙게 드리운 작품이지만, 선우예권은 그의 외로움을 과장하지 않았다.


선율은 부드럽고 다정했으며, 노래하듯 흘렀다. 특히 2악장에서는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통해 소리가 사라져간 자리를 어루만졌고, 간결한 페달링은 슈베르트의 소박하고 단정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보다 온화하게 제시된 3악장을 지나, 4악장에서는 끝내 노래하려는 그의 의지를 들려주었다.


리스트의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헝가리안 랩소디>, <메피스토 왈츠>는 하나의 음악적 드라마처럼 다가왔다.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에서는 명료한 터치와 화려한 기교로 리스트의 세계를 안내했으며, <헝가리안 랩소디>에서는 힘의 대비와 조절을 통해 청중을 휘감았다. <메피스토 왈츠>에서는 악마적 광기와 유희가 살아 움직였다.


따라서 세 작품이 각각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하려는 시도는 무력해지고, 리스트가 주는 음악적 인상에 빠져있는 일만이 가능했다. 앙코르 곡에는 리스트의 헌정을 비롯한 세 작품이 연주되었으며, 한동안 그의 연주를 찾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은 것은 작품 속에서 작곡가의 내면을 경청하여 고백하는 연주자의 태도였다.


화려한 기교의 잔상이 아니라, 작곡가를 향한 그의 다정한 시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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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재
클래식 해설가
처음 만나는 클래식, 저랑 같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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