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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가장 불친절한 계절이다.
초록빛이 짙어진 여름 한강공원 풍경. 서울의 여름 미식 코스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감이 느껴진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고, 입맛은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가장 선명한 맛을 찾아 나서는 계절이기도 하다. 진하게 갈아낸 콩물, 라임과 살사, 아이스크림 위의 버번, 여러 온도감의 맥주들 그리고 여름 보양식 민어까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서울에서 여름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이가식당 - 여름은 콩국수로부터.
고소한 콩물이 가득한 이가식당 콩국수. 군더더기 없이 여름 입맛을 깨우는 한 그릇이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한국인의 여름 식탁에서 콩국수는 하나의 계절 의식에 가깝다. 어느 날 문득 콩국수가 생각나기 시작했다면 이미 여름은 시작되었다. 이가식당의 콩국수는 군더더기가 없이 기본기에 능하다.
잘 갈아낸 콩의 고소함과 면의 담백함만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균형감이 인상적이다. 유행하는 계절음식은 많지만 매년 여름 다시 발길이 향하게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콩국수가 오랫동안 여름 미식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이곳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2. 페스카데리아 - 선명한 여름의 맛.
밤에도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페스카데리아 매장 전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여름의 입맛은 의외로 선명한 맛을 원한다. 페스카데이라는 그 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곳에 가깝다. 시원시원한 인테리어부터 바다내음 가득한 메뉴까지. 신선한 해산물을 활용한 멕시칸 푸드는 더운 날 입맛을 끝없이 돋군다.
라임 산미 가득한 셰비체와모리따 고추로 말끔히 절여낸 시메사바는 입안을 깔끔히 정돈한다. 데킬라로 숙성한 부시리 구이를몰레 소스에 올려 내는 것도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색있는 메뉴다. 여기에 감칠맛 가득한 메즈칼 칵테일 한 잔을 곁들이면 청량하고 상큼한 여름밤이 완성된다
3. 로스트앤파운드 - 뜨거운 것들을 한꺼번에 식히는 법.
버번과 빈티지 오브제가 가득한 로스트앤파운드 내부.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아이스크림과 버번의 조합을 제안하는 벤앤제리스 & 버번 페어링 메뉴. / 이미지 출처: 로스트앤파운드 공식 인스타그램
아이스크림은 여름의 가장 보편적인 디저트다. 하지만 로스트앤파운드는 그 익숙한 공식에 버번을 더한다.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버번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달콤함 위로 버번 특유의 바닐라와 캐러멜 향이 겹쳐지며 서로의 풍미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뜨거운 열감을 가진 버번을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식혀내다 보면 어느새 뜨거운 이 계절도 식어있다.
위트 있는 오브제로 채워진 로스트앤파운드 내부 디테일.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버번과 아이스크림의 티키타카가 지겨워질 때 즈음엔 버번 밀크 셰이크를 주문해보자. 어린 시절의 디저트가 어른의 취향을 만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좋은 리프레셔가 된다. 이쯤하면 버번은 이미 여름의 술이고 로스트앤파운드는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여름명소일지도.
4. 웜비어위켄드 — 여름의 맥주가 꼭 차가워야 한다는 편견.
온도와 향이 다른 맥주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웜비어위켄드 내부.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도
맥주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시원함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좋은 맥주는 온도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웜비어위켄드는 라거부터 IPA, 사워 에일과 스타우트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고 서브하는 맥주의 온도도 제각각이다.
여름 저녁의 여운과 잘 어울리는 웜비어위켄드의 맥주.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맥주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다양한 푸드들까지 빠짐없이 훌륭한 곳이다. 해가 길어지는 계절, 서둘러 집으로 향하기보다 어딘가 머물다 가고 싶을 때 이 곳에 들러보자. 그리고 다양한 맥주가 주는 쌉쌀한 여운을 천천히 모두 곱씹어 보자. 여름밤은 생각보다 짧고, 여운은 생각보다 길다.
5. 노량진수산시장 민어 - 생생한 계절감을 입에 담는다는 것.
여름 보양식으로 꼽히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민어회.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제철 음식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식재료는 아마 민어가 아닐까? 여름이 되면 미식가들은 자연스럽게 민어를 찾는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 부위마다 다른 식감은 왜 민어가 여름 생선의 왕으로 불리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제철 민어를 만날 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기름진 뱃살은 물론이고 고소한 부레와 단단하지만 씹는 재미가 있는 껍질까지 버릴 구석이 하나도 없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여름을 가장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장소다. 회로 즐겨도 좋고, 탕으로 즐겨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먹어야 가장 맛있다는 사실.
절정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이 계절의 생생함을 닮은 공간에서 더 생생한 계절감을 입에 담아보자. 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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