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살짝 보고 가실래요?
쿰쿰한 냄새 대신 쓰기 좋은 '룸스프레이' 7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달라지는 9월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의 온도가 겹치는 환절기입니다. 화폭 위에 묵직한 유화 물감과 얇은 실크의 농담을 겹쳐 올리듯, 환절기의 옷차림 역시 소재 물성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고유한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두꺼운 옷을 겹쳐 입기보다는 서로 다른 질감과 명도를 가진 옷들을 조화롭게 얹어내는 대비의 변주를 제안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90년대 타임리스 클래식 룩에서 착안하여, 실크 원피스에서 시작돼 매끄러운 새틴 스커트와 포근한 니트의 대비로 완성되는 가을 스타일링과 전시 산책 룩을 제안합니다.
슬립 드레스의 전설에서 현실적인 새틴 스커트로
1996년 결혼식에서 미니멀한 실크 웨딩드레스를 선보인 캐롤린 베셋 케네디. 장식을 배제하고 유려한 실루엣을 강조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드레스. / 이미지 출처: Denis Reggie
90년대 패션의 아이콘이었던 캐롤린 베셋 케네디(Carolyn Bessette-Kennedy)가 패션계에 남긴 가장 유명한 원피스 스타일링은, 1996년 결혼식에서 선보인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미니멀한 실크 드레스였습니다. 장식을 배제하고 원단 자체의 유려한 드레이프로만 완성한 그 실루엣은 미니멀리즘의 정점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특별한 날의 실크 드레스는 일상에서는 슬립 원피스로 간소화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상적인 공간과 도심을 분주히 오가는 현대의 우리에겐 다소 조심스럽고 연출의 한계가 명확한 아이템입니다. 캐롤린 베셋 케네디 역시 공식 석상 밖에서는 한 벌의 화려한 원피스에 갇히기보다, 상의와 하의를 분리하되 서로 명확하게 대비되는 소재와 색감을 충돌시키는 영리한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그 방식이란, 매트하고 단단한 상의 니트나 셔츠 아래로 유려한 롱 스커트를 착용하거나, 흑과 백처럼 분명한 명도 대비를 주는 스타일링입니다. 마치 한 벌 드레스를 입은 듯한 유려함과 일상적 편안함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특히 새틴 스커트는 실크 드레스와 슬립 원피스가 지닌 은은한 광택과 흐르는 듯한 선은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실용성까지 챙길 수 있는 현실적 대안입니다. 색채 혹은 소재의 대비를 가진 상의와 조합해 회화적인 색채 대비까지 느낄 수 있는 가을 스타일링을 제안합니다.
더 로우부터 빈스까지, 물성의 충돌이 주는 입체감
매끄러운 광택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돋보이는 더 로우의 새틴 스커트 스타일링. 절제된 디자인으로 완성한 현대적인 클래식 룩. / 이미지 출처: NET-A-PORTER, FWRD
매끄러운 광택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돋보이는 더 로우의 새틴 스커트 스타일링. 절제된 디자인으로 완성한 현대적인 클래식 룩. / 이미지 출처: NET-A-PORTER, FWRD
실크 드레스와 슬립 원피스의 관능을 현대적인 럭셔리로 정제한 더 로우(The Row)를 비롯해 유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들 역시 매 시즌 실크와 새틴 스커트와 니트웨어의 대비에 집중합니다. 스타일링에서 시각적 깊이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소재 혹은 색을 충돌시키는 것입니다.
첫번째, 소재의 대비입니다. 하의로 매끄럽고 차가운 광택을 머금은 롱 새틴 스커트를 배치하고, 상의로는 거칠고 포근한 질감의 브이넥 니트나 가디건을 얹어줍니다. 두번째, 색상의 대비로 가장 강렬하면서 단순한 방법은 역시 블랙앤 화이트입니다.
가볍게 나부끼는 새틴은 걸을 때마다 부드러운 리듬을 만들어내고, 도톰한 니트 조직은 그 가벼움을 차분하게 눌러주며 구조적인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띠어리(Theory)의 블랙 블라우스 니트와 아이보리 스커트의 우아한 분할, 빈스(Vince)의 골지 카라 니트와 블랙 새틴 맥시 스커트가 빚어내는 단단한 선, 그리고 브루신카(Brusinka)와 루루 드 시즌(Loulou de Saison)이 제안하는 넉넉한 니트의 조화는 상하의 명도와 질감 차이를 만듭니다.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은, 무게감있는 클래식 룩이 완성됩니다.
예술을 마주하는 태도, 연희동 박서보 미술관 산책 룩
블랙 브이넥 니트와 아이보리 새틴 스커트에 바게트백과 슬링백을 매치한 전시 관람 룩. 서로 다른 소재의 질감과 무채색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블랙 브이넥 니트와 아이보리 새틴 스커트에 바게트백과 슬링백을 매치한 전시 관람 룩. 서로 다른 소재의 질감과 무채색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가을이 오면 선선해지는 바람을 따라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집니다. 최근 개관한 연희동 박서보 미술관은 거장의 묘법 연작이 지닌 묵직한 획과 여백, 그리고 건축의 구조미가 조용히 마주하는 공간입니다. 이처럼 고요하면서 깊이있는 전시장을 찾을 때의 옷차림은 공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녀야 합니다.
블랙 브이넥 니트와 아이보리 새틴 스커트에 바게트백과 슬링백을 매치한 전시 관람 룩. 서로 다른 소재의 질감과 무채색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온도 조절이 철저해 서늘한 미술관 내부를 고려해 선택한 차림은 블랙 브이넥 니트와 아이보리 새틴 스커트의 조합입니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새틴의 밑단은 정적인 갤러리 안에서 유려한 선을 그리고, 툭 떨어지는 니트는 몸의 온도를 정갈하게 지켜줍니다. 여기에 은은한 광택을 공유하는 새틴 바게트백을 어깨에 가볍게 메고, 흑백의 농담을 품은 블랙 앤 화이트 슬링백으로 마무리합니다. 회화의 여백을 닮은 무채색 룩은 박서보 화백의 거대한 작품과 전시장의 높은 벽면 사이에서 관람자를 하나의 선으로 완성합니다.
글을 마치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인 요즘입니다. 이런 시기에 옷을 입는 다는 것은 두 계절의 변화를 한 페이지에 기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패션 아이콘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함께한 웨딩 드레스를 일상으로 끌어들인 새틴 스커트와 서로 다른 소재의 조합이 빚어내는 온기는, 초가을 산책과 전시장을 거니는 걸음에 편하고 빛나는 여운을 남깁니다.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삭제하시겠습니까?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앤톤, #키드밀리, #오카시, #프리드리히, #쿠나스, #장미셸, #오토니엘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한 서비스 입니다.
댓글쓰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