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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파리, 런던까지 '가을 미술관' 여행 3

9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며 훌쩍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도시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은 여행의 밀도를 한층 높여준다. 예술이 주는 영감과 이국적인 풍경이 교차하는 완벽한 가을 휴가를 꿈꾸고 있다면,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해외 주요 미술관으로 향해보자.

프로필 by 이은정 2026.09.30
예술을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지 3
  • 2026년 9월 9일 기준, 글로벌 문화 예술 도시에서 현재 진행 중인 놓칠 수 없는 주요 기획전 소개
  • 가을의 시작,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채워줄 해외 주요 도시별 필수 방문 미술관 및 예술 여행지 소개
  • 도쿄, 파리, 런던 등 예술과 건축, 그리고 자연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공간에서의 사색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해외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 속에서 도시의 골목을 걷고, 세계적인 거장들의 숨결이 깃든 미술관을 탐험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휴식이다.


탁 트인 도로 위로 자동차가 달리고, 푸른 하늘에는 거대한 구름이 펼쳐진 풍경.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예술과 영감을 만나는 여행의 시작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언스플래쉬

탁 트인 도로 위로 자동차가 달리고, 푸른 하늘에는 거대한 구름이 펼쳐진 풍경.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예술과 영감을 만나는 여행의 시작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언스플래쉬

이번 달에는 예술의 도시 파리의 새로운 랜드마크부터,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뉴욕 외곽의 거대한 예술 공간, 그리고 자연과 동화된 일본의 예술 섬까지, 여행의 목적이 되기에 충분한 해외 미술관들을 엄선했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떠난 여행지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적 울림과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1. 인간의 취약성과 마주하는 거대한 스케일, 도쿄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해골 조각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모습.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거대한 스케일로 표현한 론 뮤익의 작품 <Mass>. / 이미지 출처: 모리 미술관, 사진: Hasegawa Kenta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해골 조각과 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모습.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거대한 스케일로 표현한 론 뮤익의 작품 <Mass>. / 이미지 출처: 모리 미술관, 사진: Hasegawa Kenta

도쿄 롯폰기 힐즈의 마천루 최상층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9월 9일 현재 가장 압도적인 감각의 전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호주 출신의 현대 미술가 론뮤익(Ron Mueck)의 대규모 개인전(~9월 23일까지)이 한창 진행 중이다. 화려한 치장 대신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파고들며, 세련되고 과묵한 도시 여행자에게 완벽한 사유의 장을 마련해 준다.


관람 포인트

극사실주의의 미학: 실제보다 훨씬 거대하거나 축소된 인물 조각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인간의 내면적 불안과 생명력을 집요하게 묘사한다.

생명과 소멸의 고찰: 인간의 살갗과 핏줄 하나까지 재현한 섬세한 디테일은 생명의 척도와 언젠가 소멸할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낸다.



2. 빛과 건축이 빚어내는 기억의 파편, 파리

웅장한 유리 돔 아래 하얀 안개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내부.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이미지 출처: Bourse de Commerce

웅장한 유리 돔 아래 하얀 안개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운 부르스 드 코메르스의 내부. 역사적인 건축물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이미지 출처: Bourse de Commerce

가을의 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지만, 현재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예술적 목적지를 꼽으라면 단연 '부르스 드 코메르스'다. 옛 곡물 거래소 건물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현대적으로 레노베이션하여 탄생한 이곳은,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어링(Kering)의 창립자 프랑수아 피노의 막대한 현대미술 컬렉션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18세기의 웅장한 유리 돔 아래 안도 다다오 특유의 매끄러운 노출 콘크리트 원통이 자리 잡은 건축적 대비는 그 자체로 압도적인 숭고함을 자아낸다. 빛이 쏟아지는 돔 천장 아래를 거닐며 동시대 최고 현대미술가들의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파리만의 깊은 우아함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관람 포인트

소멸과 흔적의 미학: 9월 현재,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조응하는 로라 라미엘(Laura Lamiel)의 섬세한 설치 작업과 돔 아래를 채운 안개 조각 전시가 막바지에 다다라 시적인 잔상을 남긴다.

기억의 복원: 하반기를 관통하는 주요 기획전 《Remember Me》의 프리뷰가 9월 중순 헤리티지 데이를 기점으로 시작되며, 이미지의 복제와 기억의 관계성을 날카롭게 묻는다.



3. 자연과 정체성을 묻는 묵직한 질문, 런던

자연의 풍경과 불꽃, 인물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들이 여러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전시장. 아나 멘디에타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Tate Modern

자연의 풍경과 불꽃, 인물의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들이 여러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전시장. 아나 멘디에타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Tate Modern

런던 템스강 변의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동시대 미술의 가장 뜨거운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장소다. 2026년 가을 시즌을 맞아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의 굵직한 기획전이 전개되고 있으며, 9월 25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심야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관람 포인트

자연과의 영적인 결합: 퍼포먼스와 대지 미술을 결합하여 이주의 상흔과 정체성, 그리고 훼손된 자연과의 본원적인 연결을 묻는 작품들이 깊은 울림을 준다.

비인간 생태계에 대한 성찰: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대지, 자연과 같은 비인간 주체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번 9월, 낯설고도 아름다운 도시에서 당신만의 고요한 여행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어디로 떠나든,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찬 여행 가방과 함께라면 이미 그 여행은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될 준비를 마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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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QUIRE CLUB MEMBER
이은정
큐레이터
작품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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