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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 보내는 열 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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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을 건 항공모함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고, 침몰하는 배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전쟁 차량 위에서 기타를 친다. 극한의 상황을 무대처럼 대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모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인간이 예술과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예술은 생존본능을 뛰어넘는 인간다움이 아닐까.
1. 프로젝트 헤일메리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우주로 떠난 인간이 외계인에게서 받은 첫 번째 메세지는 다름 아닌 인형이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릴런 그레이스는 지구의 운명을 짊어진 채 홀로 우주에 있다. 언어도, 문화도, 생물학적 구조도 전혀 다른 외계인 록키를 만났을 때,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록키였다. 록키가 그레이스에게 건넨 것은 인형이었다.
종이 다른 존재가 소통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수단이 직접 빚은 형상이라니. 과학도, 수학도 아닌 인형. 무언가를 형상화한 예술적 행위는 언어와 세계의 장벽, 아니 우주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인형을 건네 받은 그레이스는 이제 록키를 불확실성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록키에게 지구 인형을 전달하는 그레이스 / 이미지 출처: 소니 픽처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에바 스트라트는 시종일관 냉철함을 유지한다. 임무완수를 위해 타협이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지운 사람처럼 보인다. 그레이스가 우주에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수를 움직여야 하는 일. 사람 마음은 제각각인지라 일이 되게 하려면 리더는 종종 독재자처럼 굴어야 할 때가 있다. 시종일관 덤덤해 보이려 애쓰는 그녀의 표정 이면에는 어떤 감정들이 담겨있을까.
마이크를 잡은 에바 스트라트 / 이미지 출처: 소니 픽처스
항공모함 위에서 열린 파티, 모두가 신나게 즐기는 가운데 스트라트는 혼자 갑판 위로 올라가 있다. 너드미 있게 파티에서 겉돌던 그레이스가 그녀를 발견하고 잠시 노래와 어린 시절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잠시 후, 스트라트가 마이크를 잡고 부르는 가라오케 버전의 “Sign of the Times”. 노래가 아니라 편지였다. 음악을 핑계로 전달하는 그녀의 진심이 갑판에 울려 퍼진다.
여담으로 이 장면은 라이언 고슬링의 제안으로 탄생한 애드리브에 가까운 씬이라고 한다. 고슬링의 아이디어와 스트라트를 연기한 산드라 휠러의 탁월한 선곡이 명장면을 만들었다.
2. 타이타닉
타이타닉, 침몰하는 갑판 위에서 연주하는 악단 / 이미지 출처: 스크린랜트
갑판에 울리는 음악하니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배가 기울고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갑판 위에서, 악단이 자리를 지키며 연주를 이어가는 장면. 악장 월리스 하틀리가 바이올린을 켜자 단원들이 하나 둘 곁으로 돌아온다.
죽음이 확실한 상황에서 악기를 내려놓지 않는 선택. 신이 보라는 듯 돌을 짊어지는 시지프스들이다. 영화는 악단의 연주 위에서 승객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저마다의 방식들을 보여준다.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없이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시퀀스다.
3. 매트릭스 2: 리로디드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시온의 레이빙 파티 장면 / 이미지 출처: 스크린랜트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시온 레이빙 씬은 개봉 당시 호불호가 갈린 것으로 유명하다. 기계 군단 25만이 시온을 향해 돌진하는 전야. 인류 최후의 도시에서 북소리에 맞춰 다 같이 몸을 흔든다. 수천 명이 땀에 젖은 채로 춤을 추는 장면은 길고 과감하다.
내일 전멸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오늘 밤 함께 춤을 추는 행위는 공포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저항이다. 옆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기며, 내일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진 채 지금 이 순간을 느낀다. 아마도 내일 쳐들어 올 기계들은 레이빙 파티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워쇼스키 자매가 굳이 이 장면에 긴 러닝타임을 할애한 데에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4.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두프 워리어가 화염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 / 이미지 출처: 워너 브라더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신 스틸러가 하나 있다. 전쟁 차량 위에 빨간 내복을 입은 채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기타를 연주하는 두프 워리어다. 와이어에 몸을 맡긴 채 앞뒤로 흔들리며 기타를 내지르는 연출은 그 자체로 시선을 잡아끈다.
앞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뒤에서는 거대한 음향장치가 사막을 가른다. 거대한 폭력의 한복판에서 라이브 공연이 동시에 벌어진다. 두프워리어의 연주는 해석이 필요한 의미가 아닌, 본능적인 감각 그 자체를 자극한다. 부대에는 사기를, 적에게는 쫓기는 공포를. 매드맥스의 광기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연출이 있을까. 볼 때마다 두프 워리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연주하고 있을지 참 궁금해진다.
글을 마치며
프로젝트 헤일메리, 요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스크린 존에서 록키에게 지구를 소개하는 그레이스 / 이미지 출처: 소니 픽처스
극한의 순간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록키가 건넨 인형 하나로 시작된 소통은 두 종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혼자서는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 예술은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우주의 장벽도, 종의 장벽도 넘어선다.
스트라트의 노래는 갑판 위의 사람들에게 가장 솔직한 작별 인사가 되었다. 타이타닉의 악단은 바이올린으로 운명에 저항했고, 시온의 사람들은 춤으로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매드맥스의 듀프워리어는 이름값 그대로 그냥 미쳤다 … 어쨌거나 그들의 생존 앞에서 예술은 저항이었고, 해방이었고, 연결이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생존 앞에서 예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자체가 생존인 사람들.
20년만에 돌아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4월 29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20년 만에 돌아온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갈 때까지 가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원년 멤버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지, 그들은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스크린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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