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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유독 전시가 잘 어울리는 동네입니다.
오래된 골목과 창 너머 흔들리는 나무의 그림자, 계절의 빛이 한옥 주택의 안팎과 만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유기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몬드킴 개인전, 역시 그런 북촌의 사적인 풍경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정제된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아닌, 대표가 올해까지도 신혼 생활을 보냈던 100년 된 한옥 주택, 하우스오브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처럼 Roses in Flux : House는 누군가의 아주 사적인 집에 초대받아, 공간의 역사성과 예술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몰입형 전시입니다.
주택으로 스며든 예술, Roses in Flux : House
이번 전시의 제목은 'Roses in Flux : House'입니다. 기존 장미 연작이 회화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다면, 이번에는 장미가 오래된 주택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유기적인 시각화를 시도했습니다. 장미는 캔버스에서 시작해 부채가 되고 찻잔이 되며, 화병과 촛대, 트레이 등 주거 공간의 필수적인 오브제가 되어 집 안 곳곳에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전시는 주택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총 세 개의 방을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공간인 'The Rose Lounge'는 집의 거실입니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적인 환대의 공간으로, 대청마루와 원목 가구 위에 부채와 화병, 찻잔, 원화가 조화롭게 놓여 있습니다. 평면에서 나온 장미들이 서로 다른 물성 위에 피어나며 마주하는 첫 공간입니다. 집 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몬드킴이 창조한 장미의 세계에 밀도 있게 몰입하게 됩니다.
두 번째 공간인 'The Rose Table'은 다이닝 룸입니다.
주택에서 소통이 일어나는 원형 테이블 위에 찻잔과 티팟을 올리고, 벽면에는 2미터가 넘는 대형 부채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한옥 중문 너머로 겹쳐지는 풍경과 창문 앞 오간자 천 사이로 흔들리는 마당의 풀잎은 그 자체로 회화의 여백을 완성합니다. 또한 동양과 서양, 현대와 전통,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몬드킴의 작업을 함축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The Rose Table’. 한옥의 다이닝 공간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장면으로 완성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세 번째 공간인 'The Rose Studio'는 홈오피스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작가의 이력을 주택의 방 한 칸에 투영하여, 맥북과 작업도구, 장미 스카프와 티셔츠, 키링 등을 배치했습니다.
100년 된 한옥의 뼈대 속에서 현대적인 크리에이터의 작업실이 충돌하며 묘한 신선함을 선사합니다. 그린웨이코트와 협업으로 출시한 스테인리스 제품, ‘Silver Rose’ 에디션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가장 안쪽으로 올수록 현대적인 느낌이 더해지며 전시의 내부가 마무리됩니다.
주택의 안과 밖을 잇는 마당의 미학
한옥 주택에서 내부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곳은 바로 마당입니다. 외부의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마당 공간에는 2미터가 넘는 대형 실크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얇은 실크 천 위에 유연하게 그려진 몬드킴 작가의 검은 장미들은 북촌의 실제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그 앞에는 입체 장미 조형물이 놓여 대비를 이룹니다.
실크 위의 장미가 평면에서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입체적 장면은 주택의 마당이기에 가능한 연출이었습니다. 자연광의 각도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매 순간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 마당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작품을 관람하는 행위를 넘어, 주택이라는 공간 전체의 정취를 온전히 소유하는 경험임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주택의 변주, 쉼표가 되는 찻집 해온
전시를 통해 100년 한옥 주택이 예술로 치환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산책의 끝에는 주택의 또 다른 건축적 변주를 보여주는 찻집 해온을 제안합니다. 해온은 북촌의 이름난 찻집인 차마시는뜰을 운영했던 가족께서 새롭게 문을 연 공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해온 역시 1964년에 지어져 오랜 세월을 지내던 사적인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공간이라는 사실입니다. 한 가족의 온기와 일상의 역사가 겹겹이 쌓인 구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기에, 대문을 연고 들어서는 순간 주택 특유의 깊은 아늑함이 전해집니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자개장과 전통 가구, 단아한 기물들, 그리고 거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담한 정원은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힙니다.
여름에도 사계절 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차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여름에도 사계절 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차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사계절 꽃과 식물의 향을 품은 각종 차들은 주택이 가진 고즈넉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목련차를 마시며 머무는 시간은 앞서 감상한 몬드킴 전시의 미학적 여운을 사적으로 곱씹고 정리하는 고요한 갈무리가 되어줍니다.
맺음말
이번 6월의 북촌 여정은 '실제 삶이 이루어지던 주택 공간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뜻깊습니다. 100년 된 한옥 주택에서 장미를 매개로 공간과 풍경을 새롭게 정의한 몬드킴의 전시 Roses in Flux, 그리고 1964년 구옥 주택의 다정함을 품고 차 한 잔의 위로를 건네는 해온의 조화는 지친 몸을 쉬게 하는 집처럼, 아늑한 영감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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