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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의 색감을 자동차 디자인에 적용하는 교수의 시선이 궁금하다면?

계절이 선사하는 아름다움, 발견을 통해 디자인 영감을 채워줄 다채로운 계절의 감정선 3가지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ESQUIRE CLUB MEMBER 2026.04.27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투명한 아침과 화사한 오후: 햇살을 담아내는 글라스루프와 자연의 생동감이 리플렉션으로 자동차에 담기는 봄만의 무드
  • 봄기운을 담은 그림 그리기: 붉은 노을과 핑크빛 봄의 색감을 그림으로 표현한 봄기운 가득한 창작물
  • 뜻밖의 유쾌한 발견: 차체 위로 소복하게 쏟아져 내린 벚꽃잎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고 낭만적인 자연의 시즌 한정판 이벤트

4월의 자동차 디자인 전공 실기실은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의 치열한 열기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습니다.


차가운 산업용 클레이를 매끄럽게 다듬고, 모니터 속 완벽한 3D 곡선을 찾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씨름하는 공간이죠. 학생들의 엉킨 스케치 선을 교정해주고 피드백을 남기다 보면 교수의 어깨도 금세 뻣뻣하게 굳어버립니다. 하지만 뻑뻑해진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 삭막한 아스팔트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기적처럼 화사한 봄꽃이 피어나며 눈부신 계절의 변화를 알립니다.


이맘때면 딱딱한 기계 공학과 차가운 금속을 다루는 디자이너의 마음속에도 유연하고 따뜻한 창작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는 계절은 단순히 기온이 오르는 현상을 넘어, 시시각각 변하는 고유의 색감과 감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극적으로 뒤흔드는 특별한 무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 8시, 밤새 내린 맑은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대학 캠퍼스의 아침은 투명하고 상쾌한 무드로 가득합니다.

4월의 캠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4월의 캠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빽빽한 나무 사이로 비스듬히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갓 피어난 연두빛 나뭇잎의 맥락을 투명하게 비추며,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에 대한 희망찬 기대감을 선사합니다. 이 투명한 아침의 감정은 자동차의 실내 개방감을 결정짓는 데이라이트 오프닝과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설계에 직접적인 영감이 됩니다.


탑승자가 좁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다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유리의 면적을 극한으로 넓히고 기둥 역할을 하는 필러의 두께를 강도 한계치까지 줄이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탁 트인 글래스 루프를 통해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실내 전체를 화사하게 밝혀주고, 맑은 공기의 흐름을 모사한 공조 시스템은 숲속의 쾌적한 유리 온실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른함이 밀려오는 오후 2시가 되면, 도심 한복판의 풍경은 봄이라는 계절에만 허락된 폭발적인 색채의 향연을 뿜어냅니다.

아침 햇살을 듬뿍 받으며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캠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아침 햇살을 듬뿍 받으며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캠퍼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솜사탕처럼 새하얀 벚꽃, 시선을 사로잡는 샛노란 개나리, 그리고 눈이 시릴 정도로 짙어지는 신록의 푸르름은 오직 이 짧은 시기에만 만끽할 수 있는 위대한 자연의 마법입니다. 가장 역동적이고 화려한 오후의 봄꽃 무드는 생동감과 환희라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자동차의 시각적 핵심 요소인 외장 컬러 및 소재 디자인에 무한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칙칙한 무채색 일색이던 잿빛 도로 위에, 눈부신 햇살을 받아 미세하게 반짝이는 펄 입자를 머금은 파스텔 톤 차량이 등장한다고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화사한 베이비 핑크빛이나 경쾌한 머스터드 옐로우 톤의 특수 도장은 바람에 흩날리는 봄꽃의 생동감을 금속 차체 표면에 그대로 이식한 것과 같습니다.


차가운 금속 도장 면 위로 자연의 맑고 따뜻한 채도가 완벽하게 입혀질 때, 그리고 유려한 차체 곡선 위로 파란 하늘과 연분홍 꽃잎이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되어 일렁일 때 자동차는 도심 속에 유쾌한 활기를 불어넣는 거대한 팝아트 작품으로 생생하게 재탄생합니다.



치열했던 하루의 강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강변을 따라 퇴근하는 오후 6시 무렵은 하루 중 가장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무드가 지배합니다.

봄꽃의 색채를 표현한 듯한 학생의 과제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봄꽃의 색채를 표현한 듯한 학생의 과제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차가운 빌딩 숲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짙은 노을과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저녁 바람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며 깊은 위로를 안겨줍니다. 낮 동안 느꼈던 폭발적인 활기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이 시간의 감정은, 자동차 실내의 인테리어 조명과 하이엔드 소재 디자인에 완벽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해 질 녘의 오묘한 보랏빛 하늘을 묘사하듯 도어 트림을 따라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시각적인 피로를 덜어주고 최고급 라운지에 머무는 듯한 안락함을 줍니다. 거친 플라스틱 대신 손끝에 부드럽게 감기는 천연 나파 가죽이나 촉감 좋은 고급 직물 소재를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 덧대어 마감하는 이유 역시, 저녁 무렵의 부드러운 바람이 주는 포근한 감촉을 실내에서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다음 날 아침, 밤새 불어온 바람결에 뜻밖의 유쾌한 장면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저녁 드라이브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저녁 드라이브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벚나무 아래 세워둔 자동차 위로 수많은 벚꽃잎이 눈처럼 쏟아져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는 모습 말입니다. 차가운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차체 보닛과 둥근 루프 라인을 따라 수채화 물감처럼 찰딱 달라붙은 연분홍 꽃잎들은 마치 자연이 밤새 몰래 입혀놓은 시즌 한정판 스페셜 랩핑처럼 보입니다.


출근 전 세차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보다는, 완벽하게 통제된 기계 공학의 산물 위에 위대한 자연의 파편들이 불규칙하게 흩뿌려져 만들어내는 묘한 부조화가 오히려 피식 웃음을 자아냅니다. 묵직한 검은색 세단 위에서는 밤하늘의 무수히 빛나는 은하수처럼, 하얀색 콤팩트카 위에서는 부끄러운 듯 발그레한 볼 터치처럼 내려앉은 봄꽃잎들은 디자이너의 굳어있던 사고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최고의 촉매제입니다.


와이퍼를 움직여 꽃잎을 매정하게 털어내기 전, 잠시 차창에 기대어 흩날리는 꽃잎과 자동차가 빚어내는 이 찰나의 재미있는 풍경을 가만히 감상하는 시간은 그 어떤 값비싼 영감의 원천보다 훌륭한 이동식 명상이 됩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매혹하는 훌륭한 모빌리티 디자인이란,

자동차 위로 벚꽃잎이 묻은 듯한 재미있는 봄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자동차 위로 벚꽃잎이 묻은 듯한 재미있는 봄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정교하게 조립된 기계 장치 안에 탑승자가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과 위대한 자연의 색채를 얼마나 조화롭게 담아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평면적인 도면 위의 차가운 수치와 계산식만으로는 절대 사람의 뜨거운 감성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싱그러운 아침의 공기, 다채로운 색감으로 폭발하는 오후의 생동감, 저녁의 깊은 안락함, 그리고 차체 위로 잔뜩 내려앉은 장난스러운 벚꽃잎의 낭만까지. 마법처럼 변주되는 특별한 봄의 무드를 스펀지처럼 유연하게 흡수할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세기의 명작이 탄생합니다.


실기실에 앉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렌더링 과제와 씨름하며 한숨 쉬는 학생들에게 당장 마우스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계절의 색채를 마주하라고 끊임없이 조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물이 역동적으로 깨어나는 눈부신 계절, 픽셀로 가득한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고 일상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온도와 폭발적인 색채를 온몸으로 흠뻑 만끽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 다채로운 영감들이,

팍팍한 내일의 바쁜 일상을 묵묵히 버티게 할 든든한 에너지이자 세상을 더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가장 위대한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MEMBER WRITER
강정윤
자동차디자이너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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