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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식 요리'는 뭐가 다를까?

처서와 말복을 지나며 영감을 회복하는 크리에이터의 사적인 보양 기행

프로필 by 김현지(몬드킴) 2026.08.07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8월의 폭염과 늦여름 더위를 다스리는 담백한 이북식 찜닭 탐방
  • 약수동과 서촌의 오래된 골목에서 만난 이북식 미식과 라이프스타일 공간의 미학
  • 직접 끓여낸 이북식 영계요리로 가족과 함께하는 폭염을 이기는 요리

8월의 중하순은 한여름의 맹렬한 폭염과 가을의 문턱인 처서(處暑)가 오가는 시기입니다.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지친 몸을 일으키고 복잡한 생각의 농도를 비워내기 위해, 이 시기 창작자들은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대신 담백하고 순박한 맛의 본질에 집중하게 됩니다.


무채색의 화폭 위에서 색을 덜어내듯, 미각에서도 자극을 덜어낸 자리에 머무는 고요한 온기는 지쳐있던 작업의 동력을 다정하게 깨워줍니다. 8월의 늦여름, 약수동의 오랜 골목에서 시작해 서촌의 옛 정취, 그리고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이어지는 담백한 보양 기행을 제안합니다.

8월의 뜨거운 열기 속, 덜어냄의 미학을 찾아 떠난 약수동 골목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8월의 뜨거운 열기 속, 덜어냄의 미학을 찾아 떠난 약수동 골목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간판 없는 주택가에서 만난 정겨운 온기, 약수동 처가집


약수역 근처 주택가 깊숙한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상호 간판조차 없는 고즈넉한 집을 만납니다. 찜닭과 만두라는 글씨만 적어 대문 위에 걸어둔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약수동 처가집입니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화려한 간판 불빛마저 포기했다는 고집스러운 배려는,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 색채를 덧칠하는 현대의 미학과 상반됩니다.


이곳의 이북식 찜닭은 푹 삶아낸 닭고기 위에 푸른 부추를 수북하게 얹어냅니다. 자극적인 양념 대신 닭 고유의 담백한 고소함과 부추의 싱그러운 향, 그리고 담백하게 쪄낸 만두가 어우러져 과장 없는 차분한 맛을 완성합니다. 화려한 기교를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성질에 집중한 이북식 식탁은, 작업실에서 선과 질감의 본질을 고민하는 창작자의 시선과 무척 닮았습니다.

부추의 푸른 선과 닭고기의 흰 면이 어우러진 약수동 처가집의 담백한 이북식 찜닭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부추의 푸른 선과 닭고기의 흰 면이 어우러진 약수동 처가집의 담백한 이북식 찜닭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부추의 푸른 선과 닭고기의 흰 면이 어우러진 약수동 처가집의 담백한 이북식 찜닭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부추의 푸른 선과 닭고기의 흰 면이 어우러진 약수동 처가집의 담백한 이북식 찜닭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오래된 맛 뒤에 만난 감각의 공간, 미래빌딩 내 로우클래식과 수집미학


처가집에서 담백한 한 끼로 몸의 열기를 다스린 후, 약수동의 오래된 건물 사이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주택가 사이 자리 잡은 미래빌딩은 1960년대에 지어져 국무총리 관저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현재 로우클래식 사옥입니다. 적색 벽돌과 기존 골조를 유지하면서, 내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과 빈티지 가구들로 채워 독특한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2층에 위치한 공간 편집숍 수집미학은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감각적인 편집샵으로, 정제된 물성의 기물들과 오브제들이 우아한 농담을 이룹니다.


이곳에서 만난 소품들은 앞서 맛본 이북식 찜닭의 담백함과 맥을 같이 합니다. 오랜 전통을 지켜온 맛집과 현대적 안목이 담긴 브랜드의 공간이 약수동이라는 하나의 동네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은, 한국적인 미학에서 시작해 검은 장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 세계에도 영감을 줍니다.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약수동의 세월과 현대적 안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미래빌딩의 공간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가마솥의 정성과 깊은 육수, 서촌 무구옥


약수동에서 서촌으로 이어지는 보양 여정은 오래된 서울의 시간을 거니는 듯한 즐거움을 접니다. 서촌에 위치한 무구옥은 국내산 닭과 경기 무형유산인 안성 가마솥을 이용해 오랜 시간 정성스레 육수를 끓여내는 공간입니다.


이곳의 이북식 찜닭 백반과 칼칼함과 정갈함이 공존하는 청국 닭도리탕, 그리고 입맛을 깨우는 오징어 닭 무침은 가마솥이라는 전통적인 기물이 주는 묵직한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무구옥이 안성 가마솥이라는 본질적인 도구를 통해 순박한 맛의 깊이를 증명하듯, 창작자 역시 자신만의 도구와 텍스처를 오래도록 다듬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깊은 육수와 이북식 찜닭이 주는 단정한 상차림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깊은 육수와 이북식 찜닭이 주는 단정한 상차림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깊은 육수와 이북식 찜닭이 주는 단정한 상차림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가마솥에서 푹 우려낸 깊은 육수와 이북식 찜닭이 주는 단정한 상차림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함께 이기는 폭염, 가족을 위한 이북식 영계 요리


밖에서 경험한 담백한 미학은 8월의 처서 절기를 맞아 가족과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무더위에 지친 가족들의 기력을 보충하고 8월의 폭염을 차분하게 갈무리해봅니다. 국물이 있는 요리를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집에서 직접 이북식 찜닭 느낌으로 영계 삼계탕을 끓여내는 요리입니다.


어린 영계와 맑은 대추, 검은 목이버섯, 그리고 살짝 데친 초록빛 부추를 어머니가 자주 쓰시는 그릇에 수북이 담아냅니다. 삼계탕의 백색과 목이버섯의 흑색, 그리고 부추의 초록빛이 어우러진 식탁은 하나의 정물화 같은 시각적 평온함을 제공합니다. 기름기를 정성스레 걷어내고 부드럽게 삶아낸 닭고기와 부추를 감싸 한 입 먹는 시간은, 8월의 마지막 더위를 함께 이겨내는 다정한 보양식이 됩니다.

영계의 백색과 목이버섯의 흑색, 부추의 초록이 어우러진 사적인 보양 식탁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영계의 백색과 목이버섯의 흑색, 부추의 초록이 어우러진 사적인 보양 식탁 / 이미지 출처: 본인 촬영


맺음말

8월의 절기를 지나는 방법은 저마다 다릅니다. 자극적인 양념 대신 덜어냄의 미학을 담은 이북식 찜닭, 세월을 품은 약수동과 서촌의 공간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담아 준비한 식탁은 폭염 속에서 지쳐있던 일상에 정갈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화려한 수식어를 비워내고 맛과 기물의 본질에 다가간 이번 8월의 보양 기행처럼, 다가오는 여름 역시 한결 가볍고 깊은 농담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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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몬드킴)
시각예술가
전시와 작업을 바탕으로 검은 장미 연작과 장면을 만드는 시각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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