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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집업과 가디건 '백작과 노동자'가 남긴 두 옷의 역사

19세기 전장의 백작부터 뉴욕 냉동창고 노동자까지, 매일 입는 두 옷에 숨겨진 유래와 요즘식 스타일링을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양승조 2026.09.23
매일 입던 후드집업과 가디건의 반전 역사
  • 후드집업과 가디건의 유래: 1930년대 뉴욕 방한복에 지퍼를 더해 탄생한 후드집업과 19세기 크림전쟁 백작의 전장 의복이었던 가디건의 반전 역사.
  • 소재의 진화와 콰이어트 럭셔리: 면(다이마루) 소재를 넘어 브루넬로 쿠치넬리, 로로피아나, 일레븐티 등이 선보이는 파인 울 및 캐시미어 후드집업의 고급스러운 변주.
  • 감각적인 스타일링: 테일러드 재킷, 포플린 드레스 셔츠 등 하이엔드 아이템과 매치해 일상에서 드레스업하는 현대적인 후드집업, 가디건 연출 팁.

남자들의 옷장을 들여다보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상하리만큼 손이 자주 가는 두 가지 아이템이 있습니다.


레더 재킷 안에 후드집업을 레이어드한 룩과 클래식한 가디건을 활용한 스타일링. 같은 오픈형 상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레더 재킷 안에 후드집업을 레이어드한 룩과 클래식한 가디건을 활용한 스타일링. 같은 오픈형 상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레더 재킷 안에 후드집업을 레이어드한 룩과 클래식한 가디건을 활용한 스타일링. 같은 오픈형 상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레더 재킷 안에 후드집업을 레이어드한 룩과 클래식한 가디건을 활용한 스타일링. 같은 오픈형 상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바로 지퍼를 올려 무심하게 연출하는 후드집업과, 셔츠나 티셔츠 위에 가볍게 걸치기 좋은 가디건입니다. 재밌게도 두 옷 모두 '앞섶이 열리는 구조'를 가져 입고 벗기 유용하지만, 그 출발점은 전혀 다릅니다. 혹독한 추위와 싸우던 뉴욕 냉동창고 작업자와 19세기 영국 제국주의 전장의 백작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스트리트웨어의 대명사 후드집업, 그리고 클래식의 상징 가디건이 지닌 흥미진진한 유래부터 올 시즌 남성들을 위한 감각적인 스타일링까지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1. 후드집업의 유래: 냉동창고 방한복에서 지퍼를 더해 스트리트의 중심으로


빈티지 후드집업부터 영화 <록키> 속 스포츠웨어, 힙합 스타일링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한 후드의 모습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빈티지 후드집업부터 영화 <록키> 속 스포츠웨어, 힙합 스타일링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한 후드의 모습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오늘날 후드집업은 편안함과 젊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후드집업의 출발점은 화려한 패션 런웨이가 아닌 1930년대 뉴욕의 혹독한 추위 속 작업장이었습니다. 당시 스포츠웨어 브랜드 챔피온은 뉴욕 북부의 냉동창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야외 운동선수들을 위해 머리를 감쌀 수 있는 모자가 달린 두꺼운 스웨터를 고안해 냈습니다. 이후 착용의 편의성을 위해 앞섶에 지퍼(Zip)를 달면서 오늘날 우리가 입는 후드집업의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빈티지 후드집업부터 영화 <록키> 속 스포츠웨어, 힙합 스타일링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한 후드의 모습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빈티지 후드집업부터 영화 <록키> 속 스포츠웨어, 힙합 스타일링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한 후드의 모습을 담았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실용적인 방한용 노동복은 1970년대 들어 엄청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뉴욕 힙합 문화의 태동과 함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얼굴을 가리고 체온을 유지하고자 후드집업을 뒤집어쓰기 시작했고, 비보이와 스케이트보더들이 지퍼를 열고 닫으며 체온을 조절하기 쉬운 후드집업을 유니폼처럼 입으면서 단숨에 반항과 길거리 문화의 상징으로 도약했습니다.


짙은 네이비 컬러와 지퍼, 캥거루 포켓으로 완성된 빈티지 후드집업. 실용적인 스포츠웨어의 원형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짙은 네이비 컬러와 지퍼, 캥거루 포켓으로 완성된 빈티지 후드집업. 실용적인 스포츠웨어의 원형을 보여준다.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영화 <록키>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땀에 젖은 후드집업을 입고 필라델피아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장면은 후드집업이 가진 특유의 야성과 열정을 완벽하게 증명한 명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2. 가디건의 유래: 크림전쟁 전장의 백작이 남긴 유산


화이트 셔츠 위에 두툼한 숄 칼라 가디건을 걸쳐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하게 연출한 모습.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화이트 셔츠 위에 두툼한 숄 칼라 가디건을 걸쳐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하게 연출한 모습.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이 밑바닥 스트리트 문화에서 올라왔다면, 가디건은 반대로 19세기 영국 귀족의 전장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디건이라는 이름은 1850년대 크림전쟁에 참전했던 영국의 제7대 가디건 백작 제임스 브루드넬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평소 복식에 관심이 깊었던 가디건 백작은 추운 전장에서 병사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 머리 위로 벗겨내기 힘든 기존 니트 스웨터의 불편함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스웨터의 앞섶을 칼로 찢고 단추를 달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개조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가디건이 되었습니다.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단정한 아이비룩부터 커트 코베인의 자유로운 그런지 룩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 속에서 활용된 가디건.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며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여성들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가디건 수트를 선보였고, 195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아이비룩', 1990년대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보여준 '그런지 룩'을 거치며 가디건은 우아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대변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후드집업의 진화: 면 스웨트에서 울·캐시미어 콰이어트 럭셔리로


고급스러운 울과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해 스포츠웨어의 실루엣을 한층 정제된 모습으로 풀어낸 후드집업.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고급스러운 울과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해 스포츠웨어의 실루엣을 한층 정제된 모습으로 풀어낸 후드집업.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고급스러운 울과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해 스포츠웨어의 실루엣을 한층 정제된 모습으로 풀어낸 후드집업.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고급스러운 울과 캐시미어 소재를 적용해 스포츠웨어의 실루엣을 한층 정제된 모습으로 풀어낸 후드집업.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일반적으로 후드집업 하면 편안하게 입는 면(다이마루, Circular Knit) 소재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최근 맨즈웨어 씬을 강타한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트렌드는 후드집업의 소재마저 급격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스포츠웨어에 뿌리를 둔 형태는 유지하되, 원단을 최고급 파인 울(Fine Wool)이나 캐시미어(Cashmere) 니트로 교체하며 하이엔드 클래식의 영역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와 로로피아나(Loro Piana)입니다. 이들은 극상의 캐시미어 니트로 만든 후드집업을 선보이며 '가장 편안한 형태 속에 숨겨진 극상의 사치'를 구현해 냈습니다.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이탈리아 브랜드 일레븐티(Eleventy) 역시 우아한 멜란지 울 소재의 후드집업으로 스포티함과테일러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디자이너 및 테일러드 브랜드들에서도 최고급 울과 캐시미어 원사를 사용한 후드집업을 연이어 출시하며, 남성들에게 훨씬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후드집업을 재킷과 데님 등에 레이어드해 편안함과 단정함을 동시에 살린 남성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테일러드 재킷과의 조합: 울이나 캐시미어 소재의 후드집업은 각이 잘 잡힌 테일러드 재킷이나 발마칸 코트 안에 레이어드했을 때 면 소재 특유의 '추리닝' 같은 인상을 완벽히 지워줍니다.

투웨이 지퍼 연출: 고품질 투웨이 지퍼 하단을 살짝 열어 내부의 드레스 셔츠나 타이, 허리 라인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면 정갈함 속에서도 세련된 아우라가 연출됩니다.




4. 가디건 스타일링: 콰이어트 럭셔리를 완성하는 레이어드


그린부터 베이지까지 다양한 컬러의 가디건을 셔츠와 티셔츠 위에 가볍게 걸쳐 완성한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그린부터 베이지까지 다양한 컬러의 가디건을 셔츠와 티셔츠 위에 가볍게 걸쳐 완성한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그린부터 베이지까지 다양한 컬러의 가디건을 셔츠와 티셔츠 위에 가볍게 걸쳐 완성한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그린부터 베이지까지 다양한 컬러의 가디건을 셔츠와 티셔츠 위에 가볍게 걸쳐 완성한 스타일링.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가디건 스타일링은 단정함을 유지하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실루엣과 볼륨감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이트 셔츠와 가디건의 조합: 고밀도 포플린 원단으로 제작된 정교한 와이드 카라 화이트 셔츠 위에 로프 게이지의 탄탄한 가디건을 걸쳐보세요. 단추는 중간의 1~2개만 채워 V존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가디건 스타일링의 핵심 기술입니다.

하이엔드 소재의 입체감: 캐시미어 혼방이나 초장일면 소재의 가디건은 단 한 장만으로도콰이어트 럭셔리의 품격을 드러냅니다. 잘 재단된 세미와이드 카라 셔츠 위에 얹어주는 가디건 연출은 클래식 맨즈웨어의 은은한 아우라를 한층 올려줍니다.



단순히 입기 편해서 손이 가던 옷장 속 후드집업과 가디건. 그 작은 스티치 하나와 지퍼의 실루엣 너머에 새겨진 백여 년의 유산을 음미하는 순간, 무심코 집어 든 오늘 아침의 옷차림은 단순한 착장을 넘어 한 편의 근사한 취향이자 우아한 루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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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QUIRE CLUB MEMBER
양승조
벌브 대표(남성 의류)
테일러링이 가미된 클래식, 캐주얼 옷들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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