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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신 워커힐, 서울에서 가장 이국적인 호텔 스테이를 즐기는 법

한강과 아차산을 끼고 60여 년을 자리한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만나는 내가 몰랐던 서울

프로필 by 기유종 2026.05.31
한강과 아차산 사이의 서울 휴양지
  • 해외 항공권 부담이 치솟으면서 국내 여행에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 럭셔리 호텔들이 서울 중심부에 줄지어 진입을 예고하지만, 워커힐은 그 흐름을 달리한다.
  • 워커힐 호텔의 사계, 세 개의 호텔, 빛의 시어터와 서울서 가장 다양한 다이닝까지 서울에서 가장 이국적인 휴양지 안내서.

해외 항공권 부담이 치솟고 있다.


이란-미국 갈등으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220달러를 돌파했고, 거기에 고환율까지 얹히면서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한항공 편도 기준으로 일본·대만 단거리 노선이 수만 원대, 미주 장거리는 50만 원대를 넘어선다. 도쿄 왕복에 유류할증료만 14만 원이 붙는 시대다. 운임이 아니라 유류할증료가 여행 계획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래도 떠나고 싶다면, 서울 안의 가장 먼 서울로 가도 된다. 답은 광진구 광장동에 있다. 워커힐 호텔이다.


한국의 호캉스 문화는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호텔은 단순히 숙박하는 곳이 아니라 목적지 그 자체가 됐다. 거기에 서울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이다.


그 흐름을 타고 세계 최고 수준의 럭셔리 호텔들이 줄지어 서울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2027년 용산 유엔사 부지에 로즈우드 서울, 2029년 청담동에 아만 서울, 2031년 남산 힐튼 부지에 리츠칼튼이 차례로 깃발을 꽂는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서울 중심부에 있다. 강남, 용산, 중구. 그래서 한국 5성급 호텔의 풍경은 어딘가 비슷하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창밖으로 또 다른 빌딩을 본다. 머무는 시간이 럭셔리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


워커힐 호텔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객실을 자랑하는 만큼 주차가 쉽지 않다. 발렛카드를 확인 후 지참하는 편이 유리하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워커힐 호텔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객실을 자랑하는 만큼 주차가 쉽지 않다. 발렛카드를 확인 후 지참하는 편이 유리하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워커힐 호텔은 그 풍경과 흐름을 달리한다. 광진구 광장동, 한강 본류가 휘감아 도는 자리에 아차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5호선 광나루역에서 무료 셔틀로 5분 거리. 서울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이 채 안 걸린다. 그런데 객실 창 너머로 도심이 잡히지 않는다. 한강과 아차산뿐이다. 서울 시민도 일생에 손꼽을 정도로만 방문하는 동네. 의외로 한국인 중에 워커힐 호텔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사람도 많다.



워커힐의 사계

가장 강력한 카드는 사계절이다. 와도 와도 매번 다른 호텔.


아차산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이기도 하다. 꼭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아차산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이기도 하다. 꼭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 4월 초가 되면 아차산 자락 전체가 벚꽃에 잠긴다. 한강을 따라 걷는 산책로에서 벚꽃을 본다. 도심 호텔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경험이다. 이 시기 워커힐의 포레스트 파크에서는 와인 페어 ‘구름 위의 산책’이 열린다. 2011년부터 시작된 워커힐의 시그니처 봄 프로그램. 벚꽃 아래에서 세계 각국의 와인을 시음하고, 라이브 재즈 공연을 듣는다.


여름. 야외 풀과 한강을 동시에 끼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울 도심 5성급 호텔 중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워커힐 한 곳뿐이다. 초록으로 물든 아차산 숲속에서는 ‘숲속 콘서트: 재즈 피크닉’이 열린다. 셰프의 피크닉 박스와 와인을 들고, 지브리 OST와 재즈 명곡을 듣는 야외 콘서트. 호텔 부지 안에서 음악과 미식과 자연을 동시에 소비하는 경험이 가능한 도심 호텔은 흔치 않다. 정열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야외 풀에서 벌어지는 풀파티를 빼놓을 수 없다.


가을에는 한강뷰 보단 아차산 뷰를 추천한다. 넓은 창으로 아차산의 단풍을 마음 껏 즐길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가을에는 한강뷰 보단 아차산 뷰를 추천한다. 넓은 창으로 아차산의 단풍을 마음 껏 즐길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가을. 가을은 워커힐이 가장 워커힐다워지는 계절이다. 아차산 단풍이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서울 단풍 명소는 많다. 덕수궁, 경복궁, 정동길. 하지만 강을 끼고 단풍을 보는 호텔은 광장동 워커힐 한 곳이다. 봄에 열렸던 와인 페어는 가을에 다시 한번 열린다. 단풍 아래에서 마시는 와인은 또 다른 결이다.


눈 내리는 아차산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눈 내리는 아차산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겨울. 눈 내린 아차산이 한강 위로 떨어진다. 객실의 통창 너머로 흰 산과 검은 강이 만난다. 이 풍경을 도심에서 본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사계절 중 한 계절도 모자라지 않는 호텔이다.



세 개의 호텔, 세 가지 분위기

워커힐을 단일 호텔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같은 부지 안에 세 개의 독립된 호텔이 있다. 분위기와 객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가장 클래식하다.

그랜드 워커힐 최상위 객실인 프레스티지 스위트의 전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그랜드 워커힐 최상위 객실인 프레스티지 스위트의 전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넓고 안정적인 객실, 한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통창. 차분한 우드톤과 한국적 모티프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도심을 떠난 한옥 호텔에 가까운 결을 만들어낸다. 부모님을 모시거나 가족 단위로 가는 결, 혹은 격을 차린 비즈니스 손님을 모시는 결의 호텔이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가장 모던하다.

한강뷰의 비스타 워커힐 스위트 객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한강뷰의 비스타 워커힐 스위트 객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도시적이고 디자인 중심의 객실, 통창을 가득 채우는 한강과 강 건너 야경. 시그니처는 야외 풀이다. 한강을 끼고 누워 있는 풀과 그 옆 풀 바, 여름의 워커힐을 정의하는 공간이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도심 5성급 호텔이라는 점도 비스타의 특징이다. ‘Oh! My Pet’ 패키지로 예약하면 비스타 펫 컨셉 룸과 함께 펫 전용 침대·식기·배스로브가 제공되고, 호텔에 상주하는 반려동물 행동 교정사의 케어를 받을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워커힐 힐링 숲을 산책할 수 있는 도심 5성급 호텔은 사실상 워커힐 한 곳이다.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커플과 친구, 그리고 반려견을 가족으로 두고 떠나는 결의 투숙객 모두에게 어울리는 호텔이다.


더글라스 하우스는 가장 프라이빗하다.

65실 규모의 빌라형 호텔로, 부지 한편 숲속에 숨어 있다. 노 키즈존으로 운영되며 호텔 투숙객을 제외한 외부 방문객의 입장이 불가하고, 비대면 모바일 체크인 전용으로 운영된다.


객실에는 발코니와 해먹이 마련되어 있어, 도심 한복판에서 산장형 휴식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공간이다. 어른들만의 휴식, 혹은 가장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결의 호텔이다.



호텔 안의 미술관, 빛의 시어터

워커힐 호텔의 또 다른 레이어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 지하 1층에 있다.

빛의 시어터는 한국 기업 티모넷이 프랑스 컬처스페이스의 ‘빛의 시리즈’를 도입해 만든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제주 ‘빛의 벙커’에 이은 두 번째 거점이다. 클림트, 베르메르, 반 고흐, 고대 이집트 문명까지 거장의 작품과 문명이 초대형 스크린 위에서 빛과 음악으로 펼쳐진다.


호텔 투숙객에게는 굳이 외부 미술관을 찾지 않고도 호텔 안에서 한 시간 동안 거장의 전시를 보고 객실로 돌아갈 수 있는 동선이 만들어진다. 비 오는 날, 혹은 한낮의 더위를 피하고 싶은 시간대에 특히 좋다.



다이닝, 한 부지 안의 여러 도시

워커힐 호텔의 다이닝 라인업은 서울 5성급 호텔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선택지를 자랑한다. 한식만 해도 결이 완전히 다른 두 곳이 있다.


온달은 한식 정찬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사대부 요리와 궁중음식의 찬품단자를 재해석한 한정식 코스를 내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한식당으로, 미슐랭 가이드 추천 레스토랑에 2년 연속 선정됐다. 한식 명장 김성완 조리장의 손에서 완성되는 정찬으로 한강 뷰 홀과 프라이빗 다이닝 룸을 갖추고 있어 상견례·돌잔치·중요한 가족 모임의 명소로도 꼽힌다.


명월관은 한국 최고의 한우 구이로 유명하다.

1964년 워커힐 개관 이듬해 문을 연 곳으로, 1984년부터는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으로 자리잡았다. 단청 무늬 한옥 별채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정원이 시그니처다. 최상급 한우를 참숯에 굽는 정통 양념갈비 코스와, 2020년 리뉴얼 때 더한 한우 맡김 차림이 양대 라인업이다. K-BBQ의 역사의 산 증인, 그 자체다.


모에기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의 정통 일식 레스토랑이다.

모에기의 테판 코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모에기의 테판 코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시그니처는 테판야키와 43년 전통의 타레소스를 이용한 장어요리이며 홀에서는 한강을 눈에 담으며 식사를 한다. 서울 호텔 일식당 중 한강을 정면 통창으로 마주하고 식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노을이 한강 위로 떨어지는 시간대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피자힐은 워커힐의 가장 흥미로운 다이닝이다.

 워커힐 피자힐의 시그니처 메뉴. 콰트로 피자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워커힐 피자힐의 시그니처 메뉴. 콰트로 피자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1988년 영업을 시작한 한국 호텔 최초의 정통 이탈리안 피자 레스토랑으로 무엇보다 건물 자체가 1964년 김수근이 설계한 작품이다.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이 6.25 전쟁의 영웅 워커 장군의 W자를 형상화해 숲속에 별관으로 설계한 단독 건물에서 갓 구운 콰트로 피자를 먹는다. 한국 호텔 다이닝 중 거장의 건축물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더 뷔페는 비스타 워커힐 서울 1층에 자리한 한강 뷰 뷔페로, 서울 호텔 뷔페 중 한강뷰가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한 면을 통창으로 가득 채운 한강이 좌석 어디에서나 보이는 구조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이 모두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식사나 격을 차린 모임 자리로 자주 선택된다


금룡은 그랜드 워커힐 서울 1층의 광동식 컨템포러리 중식 전문점이다.

정통 광동요리에 현대 조리 기법을 접목한 코스를 낸다. 중국 상하이 메리어트와 광저우 화이트 스완에서 총괄 셰프를 역임한 진계도 조리장이 본토의 깊이를 그대로 가져왔다. 황궁 노호탕, 몽골리안식 통 소갈비, 북경오리가 시그니처다.



글을 마치며

도쿄 가족여행 항공권 가격이면, 워커힐 객실 1박을 끊고도 거스름돈이 남는다. 반려견과 함께 한강을 보는 1박도 가능하다. 비행기를 끊지 않는다는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사치다.


봄에 와인 페어, 여름에 재즈 피크닉과 풀파티, 가을에 단풍, 겨울에 설경.

그리고 그 사이사이 빛의 시어터와 온달과 명월관과 피자힐. 한 호텔 안에 너무 많은 도시가 그리고 서울의 역사가 들어있다. 서울에서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빠르게 떠나려면 인천공항이 아니라 광나루역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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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종
한의사
웰니스와 주(酒)류 문화 사이를 오가는 한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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