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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제철 복숭아로 만든 술 4

개복숭아 리큐르부터 납작복숭아 막걸리까지. 제철 복숭아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여름 전통주 4종과 어울리는 음용법, 페어링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김치승 2026.07.23
제철 복숭아의 향과 과육을 술로 한 번 더 즐기는 법
  • 개복숭아부터 납작복숭아까지, 서로 다른 여름의 풍미를 담은 복숭아술을 골랐다.
  • 리큐르와 막걸리를 아우르며 각각의 향과 질감에 어울리는 음용법과 페어링을 제안한다.
  • 무릉리도원부터 납작복숭아 막걸리까지, 실패 확률을 낮춘 복숭아 전통주 4종을 소개한다.

복숭아만큼 여름을 정확히 드러내는 과일이 또 있을까.


잘 익은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과육이 무너지고,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번진다. 코끝에는 연분홍빛을 닮은 향이 남는다. 무덥고 습한 여름을 조금이나마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분명 제철 복숭아다.


제철 복숭아의 향과 과육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여름 복숭아 술 네 병 / 이미지 출처: 화락 제공

제철 복숭아의 향과 과육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여름 복숭아 술 네 병 / 이미지 출처: 화락 제공

복숭아의 계절은 술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이 시작되면 여러 양조장이 제철 복숭아를 활용한 막걸리와 리큐르를 선보인다. 그러나 모든 복숭아술이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술은 복숭아청처럼 농밀하고, 어떤 술은 홍차와 만나 그윽해진다. 유산균의 산미를 머금은 술이 있는가 하면, 쌀과 누룩의 풍미 속에서 과육 향이 천천히 열리는 술도 있다.


복숭아술을 고를 때는 향의 강도만 볼 필요가 없다. 단맛을 산미가 얼마나 정돈하는지, 쌀과 누룩의 맛이 과일을 어떻게 받쳐주는지, 한 모금 뒤에 어떤 질감이 남는지도 중요하다. 차갑게 마실수록 좋은 술과 온도를 조금 높여야 향이 피어나는 술도 구분해야 한다. 제철 복숭아를 한 번은 과일로, 또 한 번은 술로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해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복숭아 전통주 네 병을 골랐다.



1. 무릉리도원 – 제주곶밭

제주 개복숭아의 새콤한 과육과 홍차의 그윽한 향을 한 병에 담은 무릉리도원. / 이미지 출처: 제주곶밭 제공 제주 개복숭아의 새콤한 과육과 홍차의 그윽한 향을 한 병에 담은 무릉리도원. / 이미지 출처: 제주곶밭 제공

물복이냐딱복이냐.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복숭아 취향 논쟁에 제주곶밭은 뜻밖의 선택지를 내놓는다. 바로 개복숭아다. 무릉리도원은 제주 개복숭아와 홍차 잎을 사용해 만든 복숭아 홍차 리큐르다. 익숙한 복숭아의 이미지에 제주라는 장소성과 홍차의 쌉싸름한 향을 겹쳤다.



첫 향은 복숭아청처럼 친근하다. 잘 익은 과육의 달콤한 향이 둥글게 퍼지고, 뒤이어 제주 홍차의 향긋하고 그윽한 결이 단맛에 윤곽을 더한다. 복숭아 향만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술의 강점이다. 홍차가 과육 향의 뼈대를 세우고, 입안에 남을 수 있는 단맛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리큐르인 만큼 니트로 마시면 당도가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긴 잔에 얼음을 채우고 토닉워터와 섞으면 한층 산뜻하다. 복숭아 아이스티를 닮은 ‘무릉리토닉’이 완성된다. 부드러운 질감을 원한다면 크림과 1대1로 섞어 디저트 칵테일처럼 마시는 방법도 있다.

토닉워터를 더한 한 잔에는 새우나 관자, 문어처럼 담백한 해산물이 잘 어울린다. 짠맛과 산뜻한 해산물의 질감이 리큐르의 당도를 눌러준다. 제주 여행에서 뻔한 기념품 대신 그 지역의 재료와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술을 찾는다면,무릉리도원은 꽤 설득력 있는 답이다.



2. 이너피스 넥타 – 비워터브루어리

복숭아의 섬세한 향과 쌀의 은은한 단맛을 차분하게 풀어낸 이너피스 넥타. / 이미지 출처: 비워터브루어리 제공 복숭아의 섬세한 향과 쌀의 은은한 단맛을 차분하게 풀어낸 이너피스 넥타. / 이미지 출처: 비워터브루어리 제공

비워터브루어리는 ‘명상할 때 마시는 막걸리’를 모토로 삼는다. 어느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지 않는 균형과 마신 뒤 오래 남는 여운을 추구한다. 여름 술의 재료로 복숭아를 선택한 것도 양조장의 지향점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복숭아는 예로부터 동양에서 신선의 열매이자 장수와 신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부드러운 과육과 짙은 향은 현실적인 과일의 감각을 지니면서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여름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너피스 넥타는 여러 복숭아술 가운데 그런 이미지를 차분하게 술로 옮겨낸 한 병이다.


복숭아의 싱그러운 향이 먼저 열리고, 쌀에서 나온 은은한 단맛이 10도의 알코올을 둥글게 감싼다. 과일 향만 빠르게 지나가는 술이 아니다. 쌀의 포근한 질감과 복숭아의 과육감이 겹쳐지며, 한 모금 뒤에도 차분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명상주’라는 콘셉트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향이 섬세한 만큼 지나치게 차갑게 마시면 본래의 표정이 닫힐 수 있다. 냉장고에서 꺼낸 뒤 잠시 두었다가, 차갑게 즐기는 레드 와인에 가까운 온도로 마셔보자. 작은 와인잔에 따르면 복숭아의 향도 한층 선명해진다. 크림치즈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 부드러운 브리 치즈, 견과류를 곁들인 가벼운 브런치와 잘 어울린다. 빠르게 비우기보다 여름 저녁의 속도를 늦추며 마시고 싶은 복숭아술이다.



3. 마르골 노을빛 – 화락

복숭아 잼과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풍미의 마르골 노을빛. / 이미지 출처: 화락 복숭아 잼과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산뜻한 풍미의 마르골 노을빛. / 이미지 출처: 화락

푹푹 찌는 더위와 눅눅한 습도 앞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술도 무겁게 느껴진다. 특히 막걸리 특유의 곡물감과 질감이 유난히 텁텁하게 다가오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냉장고에서 꺼내기 좋은 술이 화락의 마르골 노을빛이다.


쌀과 보리, 복숭아를 함께 사용해 빚은 이 술은 복숭아 막걸리 가운데서도 청량한 캐릭터가 뚜렷하다. 도수는 6도. 복숭아 농축액과 동결건조 복숭아가 잘 익은 복숭아 잼 같은 농밀한 향을 만들고, 쌀의 부드러운 단맛과 유산균의 산뜻한 신맛이 균형을 잡는다.


향은 진하지만 질감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입안에서는 복숭아 요거트를 연상시키는 달콤하고 새콤한 풍미가 펼쳐진다. 마지막에는 유산균의 산미가 혀를 가볍게 정돈한다. 복숭아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장 친숙하고 경쾌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술이다. 전통주 입문자에게도 어렵지 않다.


냉장고에서 충분히 차갑게 식힌 뒤 얼음을 채운 잔에 넉넉하게 따라보자. 얼음이 녹으면서 단맛은 한층 가벼워지고, 복숭아의 향은 부드럽게 풀린다. 매운 떡볶이나 닭강정처럼 양념이 강한 음식과 곁들이면 새콤달콤한 풍미가 매운맛을 눌러준다. 휴가를 멀리 떠나지 못하는 날, 에어컨을 켜고 즐기는 집캉스에도 잘 맞는다. 여름의 피로를 복잡한 설명 없이 풀어주는 한 잔이다.



4. 납작복숭아 막걸리 – 같이양조장

납작복숭아의 선명한 과육 향과 쌀·누룩의 깊이를 함께 살린 같이양조장의 계절 막걸리. / 이미지 출처: 같이 양조장 제공 납작복숭아의 선명한 과육 향과 쌀·누룩의 깊이를 함께 살린 같이양조장의 계절 막걸리. / 이미지 출처: 같이 양조장 제공

딱복과 물복 사이에서 내려지지 않던 결론에 ‘납복’이라는 이국적인 선택지가 등장했다. 같이양조장의납작복숭아 막걸리는 납작복숭아 특유의 향과 농밀함을 우리 술의 문법으로 풀어낸 계절주다.


계절미식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술은 쌀과 누룩, 물로 빚은 술덧에 납작복숭아 과육을 더한다. 단순히 복숭아 향을 입힌 막걸리와는 결이 다르다. 납작복숭아의 선명한 과육 향이 전면에 나오지만, 그 아래에는 쌀의 부드러운 질감과 누룩의 복합적인 풍미가 단단하게 자리한다.


잘 익은 복숭아의 농밀한 향 뒤로 풋풋하고 우디한 뉘앙스가 이어진다. 쌀의 단맛은 과일 향을 부풀리고, 누룩은 술의 중심을 잡는다. 첫 모금은 화사하지만 끝은 의외로 깊다. 달콤함만을 기대했던 사람에게 막걸리다운 풍미와 구조를 함께 보여준다. 복숭아술의 향과 전통주의 발효미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애주가에게 권할 만하다.


합정에 자리한 같이양조장에서 신선한 술을 구한 뒤 한강공원으로 향해도 좋다. 충분히 차갑게 보관해 피크닉 도시락과 곁들이면 계절감이 더욱 또렷해진다. 멜론과 프로슈토, 크림치즈를 바른 바게트, 차갑게 준비한 닭가슴살 샐러드처럼 담백하고 짭조름한 음식이 잘 맞는다. 딱복도 물복도 아닌 납작복숭아의 낯선 농밀함을 술로 경험하고 싶다면 기억해둘 한 병이다.



글을 마치며

복숭아술은 향긋하고 달콤한 술이라는 한 문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복숭아와 홍차가 만난 리큐르는 토닉워터와 함께 가벼운 칵테일이 되고, 섬세한 복숭아 막걸리는 온도에 따라 향의 깊이를 달리한다. 복숭아 잼과 요거트를 떠올리게 하는 경쾌한 술도 있고, 쌀과 누룩의 발효미를 품은 납작복숭아 막걸리도 있다.


좋은 복숭아술은 과일 향을 크게 증폭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산미는 단맛을 정돈하고, 쌀은 과육의 질감을 넓히며, 누룩은 향의 중심을 세운다. 그 차이를 알고 마시면 한 병 안에서도 여름의 여러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


제철 복숭아를 가장 충실하게 즐기는 방법은 꼭 과일 바구니 안에만 있지 않다. 이번 여름에는 복숭아 한 알을 차갑게 베어 문 뒤, 저녁에는 복숭아술 한 병을 열어보자. 복숭아의 계절을 두 배로 누리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ESQUIRE CLUB MEMBER
김치승
전통주 강사
전통주 에세이 『우리술로 당당하게』의 작가이자 전통주 보틀샵 우리술당당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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