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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대신 서해로 떠난 '2박 3일' 여행

풍향중에서 얻은 영감을 따라 당진을 지나 서산과 태안으로 떠난 2박 3일.

프로필 by 강필선 2026.08.29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동해 대신 서해에서 찾은 소소한 순간들의 기록
  • 유명 맛집 대신 현지의 한 끼, 두 번의 석양, 그리고 천천히 걷는 시간으로 채운 서해 여행기
  • 서산, 태안, 당진을 잇는 초가을 서해 여행 이야기

최근 유튜브에서 '풍향중'이 화제였다. 해외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던 '풍향고'로 잘 알려진 뜬뜬이 이번에는 국내 여행으로 돌아온 콘텐츠다. 풍향고가 해외에서 애플리케이션 없이 여행했다면, 풍향중은 국내에서 내비게이션과 각종 여행 애플리케이션 없이 길을 찾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해의 노을과 해안 풍경, 등대와 먹거리를 한데 담은 당진·서산·태안 2박 3일 여행의 메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AI 제작

서해의 노을과 해안 풍경, 등대와 먹거리를 한데 담은 당진·서산·태안 2박 3일 여행의 메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AI 제작

목적지를 검색하고 가장 빠른 길을 확인하고 맛집과 카페 리뷰까지 미리 찾아보는 게 너무나 당연해진 요즘, 내비게이션 없이 떠나는 여행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풍향중의 최종 목적지는 익산이었는데, 그마저도 고속도로 없이 지방도로만 달려가는 여정이었다.


그 영상을 보다가 문득 나도 이렇게 한번 떠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끝자락이면 여전히 바다가 생각나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해 대신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보기로 했다. 풍향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름대로 시도해본 여행인 셈이다.


목적지는 서산과 태안, 가는 길에 당진까지 들르는 2박 3일 일정으로 정했다.


서산에 숙소를 잡고 당진에서 여행을 시작하다


서산과 태안은 서로 멀지 않아 숙소는 서산에 잡았다. 태안까지 이동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서산 시내와 주요 관광지로 움직이기에도 편한 위치라고 판단했다.


두 개의 싱글베드와 우드 톤 가구로 깔끔하게 구성된 베니키아 서산호텔의 트윈 객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두 개의 싱글베드와 우드 톤 가구로 깔끔하게 구성된 베니키아 서산호텔의 트윈 객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여행할 때는 펜션보다 호텔을 선호하는 편이라 조금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베니키아 서산호텔을 선택했다. 서산에서는 규모가 있는 호텔로 웨딩과 연회도 진행하고 있다. 객실은 전체적으로 깔끔했고 연식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여행 중 머물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성수기 기준 트윈룸 2박에 약 25만 원 선이라는 가격도 괜찮았다.


숙소를 정하고 나서 서울에서 서산으로 출발했다. 이동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을 느끼기에 적당한 거리였다. 오전 10시 서울을 출발했더니 도착할 무렵이 점심시간이어서, 서산으로 바로 내려가기보다 먼저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우렁이쌈밥으로 유명한 당진이었다. 서산으로 떠나기 전 현지 지인에게 맛집을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서울이 더 맛있지."


웃음이 났다. 추천해준 곳을 검색해보니 이미 온라인에 잘 알려진 곳들이 대부분이어서, 굳이 추천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결국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당진에서 가장 유명한 우렁이쌈밥집 중 하나인 우렁이박사를 먼저 찾았지만, 도착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웨이팅을 마주했다. 여행 첫 끼부터 줄을 서고 싶지는 않아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근처에서 기사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해원으로 향했다.


뚝배기 우렁이와 제육볶음, 쌈 채소와 반찬이 함께 나온 서해원의 우렁쌈밥정식.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뚝배기 우렁이와 제육볶음, 쌈 채소와 반찬이 함께 나온 서해원의 우렁쌈밥정식.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가격은 우렁이박사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우렁쌈밥정식 15,000원) 넓고 한적했다. 복잡한 곳에서 정신없이 식사하기보다 여유롭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여행에서 꼭 유명한 곳만 찾아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커피를 마시러 삽교호의 카페베리로 이동했다.


삽교호 주변은 유원지처럼 잘 조성되어 있었다. 방문했을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워 주변을 오래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선선한 가을에 다시 온다면 천천히 걸어보고 싶은 곳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자리한 삽교호 인근 카페베리의 외관.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삽교호를 바라보는 갈매기와 카페베리의 피넛버터라떼를 함께 담은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삽교호를 바라보는 갈매기와 카페베리의 피넛버터라떼를 함께 담은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카페에서는 삽교호를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추천 메뉴는 피넛버터라떼로, 여행 중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 잔이 꽤 만족스러웠다.


점심과 커피를 해결하고 드디어 서산으로 향해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첫날 저녁, 소연식당과 구도항의 석양


닭볶음탕과 여러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 서산 소연식당의 ‘오늘의 메뉴’.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닭볶음탕과 여러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 서산 소연식당의 ‘오늘의 메뉴’.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저녁은 소연식당에서 먹었다. 이곳의 특징은 매일 메뉴가 달라지는 '오늘의 메뉴'인데, 방문했을 때는 닭볶음탕이 나왔다. 특별히 메뉴를 정해두고 찾아간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이런 방식이 여행의 재미처럼 느껴졌다.


식사를 마칠 무렵 시간이 딱 맞아, 서산에서 가까운 곳 중 석양이 예쁜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구도항으로 향했다.


산 너머로 해가 지며 주황빛으로 물든 서산 구도항의 석양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산 너머로 해가 지며 주황빛으로 물든 서산 구도항의 석양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아간 항구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석양을 만났다. 여행 첫날은 맛있는 음식과 커피, 호텔에서의 휴식, 그리고 서해의 석양으로 마무리됐다.


DAY 2. 서산에서 태안까지


둘째 날은 서산을 제대로 둘러보는 날이었다. 서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를 꼽는다면 서산 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 개심사, 서산한우목장, 해미읍성을 추천하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는 마애삼존불상 → 서산한우목장 → 개심사 → 해미읍성 순으로 움직였다.


거대한 암벽에 세 불상이 나란히 새겨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거대한 암벽에 세 불상이 나란히 새겨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먼저 찾은 마애삼존불상은 계곡 옆에 자리한 곳이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만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들른 서산한우목장은 개인적으로 여름보다는 가을을 추천한다. 한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제대로 둘러보기 쉽지 않았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 웰빙산책로를 따라 걷기 좋을 것 같았다.


이어서 찾은 개심사는 여행지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 들러볼 만한 곳이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조용히 걷고 머물 수 있는 공간에 가까워, 잠시 속세에서 벗어나 명상하듯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연못과 돌담, 전각과 탑이 어우러진 개심사의 고즈넉한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연못과 돌담, 전각과 탑이 어우러진 개심사의 고즈넉한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연못과 돌담, 전각과 탑이 어우러진 개심사의 고즈넉한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점심은 해미읍성에 있는 김추일수제돈까스해미읍성점에서 먹었다.


푸른 하늘 아래 이어지는 해미읍성 돌담과 김추일수제돈까스에서 맛본 돈가스 한 접시.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푸른 하늘 아래 이어지는 해미읍성 돌담과 김추일수제돈까스에서 맛본 돈가스 한 접시.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차량은 해미읍성 주변 공영주차장에 세워두고 방문하면 편하다. 수프부터 시작하는 돈까스는 양도 푸짐했지만, 튀김옷이 두꺼운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치즈돈까스를 더 추천한다.)


서산 여행을 마치고 이제 태안으로 향한다.


밀물과 썰물이 갈라놓는 섬, 간월암


태안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간월암이다. 이곳은 방문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밀물 때는 바닷물에 둘러싸이지만 물이 빠지면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물이 빠지며 드러난 자갈길 끝으로 간월암이 모습을 드러낸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물이 빠지며 드러난 자갈길 끝으로 간월암이 모습을 드러낸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바닷물이 빠진 자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간월암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장소가 될 것 같다. 바다가 갈라지고 그 자리에 길이 생기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꽤 신기했고,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좋았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석양이 시작됐다.


바위 사이로 주황빛 해가 내려앉는 태안 꽃지해수욕장의 석양.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바위 사이로 주황빛 해가 내려앉는 태안 꽃지해수욕장의 석양.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이번에는 태안의 꽃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서해 여행에서 석양을 빼놓을 수 없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해변에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의 마지막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해의 푸른 바다와는 또 다른 서해만의 매력이었다.


DAY 3. 태안의 바다와 숲


마지막 날은 태안에서 시작했다. 이날의 코스는 태안 해식동굴, 해담, 천리포수목원이었다.


거친 바위와 바다가 맞닿아 있는 태안 해식동굴 인근의 해안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거친 바위와 바다가 맞닿아 있는 태안 해식동굴 인근의 해안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아침 일찍 태안 해식동굴을 찾았다.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로 알려진 곳이라 이른 시간인데도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주차를 하고 해안을 따라 이동했는데, 동굴로 향하는 길에 예상보다 파도가 거셌다. 게다가 신발까지 슬리퍼여서, 결국 이날은 해식동굴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기억해두자. 해식동굴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바닷가를 걷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변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해담으로 이동했다.


전복덮밥과 연어를 곁들인 메뉴, 깔끔한 외관을 함께 담은 태안 해담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전복덮밥과 연어를 곁들인 메뉴, 깔끔한 외관을 함께 담은 태안 해담의 모습.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해담은 전복덮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새로 지은 건물과 깔끔한 실내가 마음에 들었고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연어덮밥도 괜찮았다.


마지막 코스, 천천히 걷기 좋은 천리포수목원


서울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천리포수목원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이다.


초록빛 산책길과 커다란 빨간 의자가 어우러진 천리포수목원의 여유로운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초록빛 산책길과 커다란 빨간 의자가 어우러진 천리포수목원의 여유로운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방문 예정이라면 입장권은 하루 전에 네이버를 통해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리포수목원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국가가 조성한 수목원이 아니라 개인이, 그것도 외국인이 일군 공간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에게 힐링과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 수목원을 가꿔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곳곳에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공간이 있고 내부에는 카페도 두 곳이나 있어 서둘러 둘러볼 필요가 없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가기 전 잠시 걷고 쉬어가기에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이번 가을엔 동해 대신 서해로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 이번 여행은 특별한 계기로 시작됐다. 풍향중을 보다가 나도 이렇게 여행해볼까 하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 그 생각은 결국 서산과 태안으로 이어졌다.


당진에서 우렁이쌈밥을 먹고 삽교호에서 커피를 마셨다. 서산의 문화유산과 개심사를 둘러본 뒤 태안으로 넘어가 간월암에서 바닷길을 걷고 꽃지해수욕장에서 석양을 바라봤다. 마지막에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천천히 걸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거창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우연히 찾아간 구도항의 석양, 웨이팅을 피해 선택했던 한적한 식당, 예상보다 거셌던 파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해식동굴,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에 천천히 걸었던 수목원이었다. 여행은 계획한 장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러니 이번 가을에는 동해 대신 조금 다른 방향, 서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서산과 태안, 그리고 당진을 잇는 2박 3일은 여름과 가을 사이 지금 떠나기 좋은 서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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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선
배우/MC/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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