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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나니 뷰티를 대하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20대에는 밤을 새우거나 계절이 바뀌어도 피부가 어느 정도는 알아서 버텨줬다.
지금은 다르다. 아침에 면도하고 나오면 오후쯤 볼과 턱이 먼저 당기고, 운동 뒤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한 날에는 정강이와 팔꿈치가 금세 거칠어진다. 습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머리카락은 푸석해지고, 피곤한 날이면 얼굴은 그날의 컨디션을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의 내게 뷰티는 어려 보이기 위한 관리라기보다 현재의 컨디션을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는 일에 가깝다. 아침에 거울을 봤을 때 지나치게 피곤해 보이지 않고, 셔츠와 재킷을 입었을 때 전체적인 인상이 단정하면 충분하다.
환절기라고 세면대 위에 제품을 더 늘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단계를 줄이고, 각각의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다. 샤워는 덜 자극적으로 하고, 세안과 면도 뒤에는 수분을 가볍게 채운다. 건조함이 느껴지는 부위에는 크림을 덧바르고, 푸석한 머리끝은 오일 한두 방울로 정돈한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에는 따뜻한 물과 향으로 잠시 속도를 늦춘다.
예전에는 새로운 제품을 써보는 재미가 컸다면, 지금은 바쁜 아침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손이 가는 제품이 좋다. 내가 환절기에 자주 찾는 아이템도 모두 그런 것들이다. 거창한 의식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사용하고 나면 조금 더 말끔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
1. 샤워부터 덜 자극적으로 — 도브 뷰티 바
환절기 관리는 무엇을 바르는 것보다 어떻게 씻는지에서 먼저 시작된다. 운동이나 외출 뒤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는 날이 이어지면 몸부터 건조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브 비누 바를 활용한 이색적인 리조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필자 생성형 AI 콘셉트 이미지
이 시기에는 평소 사용하던 도브 뷰티 바를 그대로 두고 물 온도와 샤워 시간부터 조절한다. 지나치게 개운하고 뽀드득한 느낌을 찾기보다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었을 때 피부가 편안한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남성 그루밍이라고 해서 얼굴만 관리할 필요도 없다. 셔츠 소매 밖으로 드러나는 손과 목, 팔까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전체적인 인상도 깔끔해 보인다. 거창한 보습 루틴보다 매일 반복하는 샤워 습관을 먼저 돌아보는 이유다.
2. 면도 뒤에는 가볍게 —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아침 면도 뒤에는 여러 단계를 겹치기보다 한두 단계로 간단하게 끝내는 편이다. 세안과 면도를 마친 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손바닥에 덜어 얼굴에 가볍게 눌러 바른다. 건조함이 유독 신경 쓰이는 날에는 보습 제품을 한 단계 더한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활용한 폭포 랜드마크 이미지 / 이미지 출처: 필자 생성형 AI 콘셉트 이미지
아침 루틴에서 중요한 건 제품의 개수가 아니다. 출근 준비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하루 동안 피부 컨디션을 무리 없이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30대가 된 뒤 스킨케어에서 가장 중요해진 기준도 결국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느냐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매일 손이 가지 않는다면 내 루틴에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3. 건조한 곳만 정확하게 — 니베아 크림
니베아 크림은 얼굴 전체에 무겁게 바르기보다 손등이나 팔꿈치, 정강이, 손톱 주변처럼 건조함이 먼저 느껴지는 곳에 찾는다. 책상 앞에서 일하다 손이 거칠게 느껴질 때, 혹은 샤워 뒤 건조한 부위가 눈에 띌 때 아주 소량만 덜어 바른다.
니베아 크림 틴을 활용한 겨울 아이스링크 이미지 / 이미지 출처: 필자 생성형 AI 콘셉트 이미지
환절기라고 모든 부위를 똑같은 강도로 관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건조함이 먼저 느껴지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 필요한 만큼만 보충하는 편이 간단하다.
내게 이 파란 틴캔은 특별한 날 꺼내 쓰는 화장품이라기보다 책상 서랍이나 욕실 한쪽에 늘 두고 쓰는 생활에 가까운 그루밍 아이템이다. 필요할 때 바로 손이 간다는 것. 결국 매일 쓰는 제품에는 그보다 더 확실한 장점도 없다.
4. 머리끝이 인상을 좌우한다 — 모로칸오일 트리트먼트
머리가 짧다고 해서 환절기의 건조함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습도가 떨어지면 모발이 푸석해지고, 옆머리와 앞머리가 쉽게 흐트러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머리가 정돈되지 않으면 얼굴까지 피곤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모로칸오일 트리트먼트를 활용한 사막 오아시스 이미지 / 이미지 출처: 필자 생성형 AI 콘셉트 이미지
샴푸 후 타월 드라이한 모발 끝에 모로칸오일 트리트먼트를 아주 소량 바르고, 손에 남은 양으로 전체적인 머리 모양을 정리한다. 많이 사용할수록 좋은 제품은 아니다. 오히려 한두 방울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옷이나 향수에 신경 쓰는 것만큼 머리를 정돈하는 데 시간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굴과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인 만큼, 아침 30초의 작은 차이가 전체적인 인상을 꽤 다르게 만든다.
5. 관리의 마지막은 쉬는 것 — 러쉬 배스 밤
다섯 가지 중 가장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아이템을 하나 꼽으라면 러쉬 배스 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내 루틴에 남아 있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활용한 폭포 랜드마크 이미지 / 이미지 출처: 필자 생성형 AI 콘셉트 이미지
30대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관리가 꼭 씻고 바르는 행위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이 길어진 날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받고 배스 밤 하나를 풀어둔다. 색과 향이 물에 퍼지는 몇 분 동안만큼은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오래 몸을 담글 필요도 없다. 내게 이 시간은 피부를 위한 특별한 처방이라기보다 하루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장치에 가깝다. 매일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필요한 날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관리한다는 티보다, 컨디션이 먼저다
내가 좋아하는 환절기 아이템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다. 한 번 사용했다고 눈에 띄게 달라지는 제품도 아니고, 모든 단계를 빠짐없이 완성해야 하는 세트도 아니다. 대신 바쁜 평일 아침에도, 피곤한 밤에도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샤워할 때 물 온도를 조금 낮추고, 면도 뒤 얼굴에 수분을 더하고, 거칠어진 손과 팔꿈치에는 크림을 바른다. 머리끝이 푸석한 날에는 오일을 한두 방울 덜어 정돈한다. 그리고 유난히 긴 하루를 보낸 날에는 따뜻한 물속에서 잠시 멈춘다.
이런 작은 행동이 쌓이면 굳이 관리하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아도 인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30대 남자의 그루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피부도, 빈틈없는 루틴도 아니다. 오전 회의에서 얼굴이 지나치게 푸석해 보이지 않고, 저녁 약속까지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으며, 악수할 때 손이 거칠지 않은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환절기는 새로운 화장품을 쌓아두는 계절이라기보다 내 생활에서 어디가 먼저 흐트러지는지를 확인하는 계절에 가깝다. 날씨가 바뀌면 익숙한 제품 몇 가지를 다시 꺼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많이 바르기보다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그리고 매일 할 수 있을 만큼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30대 남자의 뷰티 루틴은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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