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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틀포레스트(2018) _”우리는 자신의 작은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자연과 제철 음식이 전하는 여름의 온도를 담은 <리틀 포레스트>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자연과 제철 음식이 전하는 여름의 온도를 담은 <리틀 포레스트>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계절의 정점에 있을 무렵이면 항상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만화 원작에 영화까지 흥행했던 ‘리틀포레스트’. 2018년 국내에서 임순례 감독이 리메이크하여 개봉했는데, 그 영화가 여름과 겨울에 무척 생각이 난다.
배가 고파서 서울을 떠나 엄마와 살던 옛날 집으로 향하는 혜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어도 헛헛할 때가 있다. 그맘때의 나에겐 음식을 먹이는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주어야 한다. 영화는 두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자연에서 온 제철 식재료들의 요리가 이어진다. 흙에서 배추를 캐내고 나무에서 밤을 따서 성심껏 요리한다. 나무와 흙,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가공 없이 차려 낸 밥상을 먹이는 것. 혜원의 리틀 포레스트는 그것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그의 대표작 캉디드 마지막 문장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작은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혜원의 작은 정원의 사계절을 보며 우리 각자의 리틀포레스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2. 퍼펙트데이즈(2024)_”나중은 나중, 지금은 지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는 <퍼펙트 데이즈>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완벽한 하루를 발견하는 <퍼펙트 데이즈>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앞선 리틀포레스트보다 조금 더 잔잔한 영화를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퍼펙트 데이즈’를 꺼내겠다. 빔 벤더스 감독의 이 작품은 2024년 7월에 국내 개봉되었다.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초록 잎과 볕뉘 때문일까, 여름과 퍽 잘 어울리는 영화다.
주인공인 이라야마는 도쿄의 청소부다. 그의 하루는 굉장히 단순하다. 하지만 꽉 차 있는 하루다. 집 앞 바닥을 쓰는 빗자루 소리에 눈을 뜨면 세수와 면도를 하고 작업복을 입는다. 올드팝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플레이하고선 일터로 출발. 아무도 보지 않고 금방 더러워지는 화장실 청소를 그는 본인만의 도구까지 만들어가며 열심이다.
근무 중 점심시간이 찾아오면 신사 공원을 찾아 샌드위치를 먹고 항상 챙겨 다니는 필름 카메라로 나뭇잎을 찍는다. 퇴근 후엔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매일 가는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본다. 집으로 와서는 화분을 돌보고 책을 읽다가 잠에 든다.
그의 완벽한 하루다.
그의 휴일은 더욱 단순하다. 코인 세탁소에서 작업복을 세탁하며 책을 읽고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한다. 저녁엔 단골 술집을 찾는다.
극이 진행되면서 평화롭게 유지되던 히라야마의 일상에 크고 작은 예상 밖의 일들이 찾아온다. 영화의 막바지에 그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라는 말을 한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잘 알았던 것이 아닐까.
완벽한 하루란 그저 잘 살아내는 것. 오늘의 초콜릿이 쓰든 달든 삼켜내고 내일 또 초콜릿을 꺼내 먹는 것. 상자에서 매일 초콜릿을 꺼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벽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3. 8월의 크리스마스(1998)_”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다.”
1990년대 여름의 공기와 먹먹한 사랑을 담아낸 <8월의 크리스마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1990년대 여름의 공기와 먹먹한 사랑을 담아낸 <8월의 크리스마스>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일명 ‘하드’를 먹는 기분을 느끼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한석규 배우와 심은하 배우, 빨간 오토바이가 시그니처인 이 영화는 1998년 개봉했다.
무려 30년을 채워가는 이 영화는 여름마다 꺼내보아도 촌스럽지가 않다. 영화를 보는 1시간 30분 동안 1990년대 여름으로 다녀오는 기분이다.
사진사 정원은 아버지를 모시며 지내고 있다. 역시 하루하루는 쉽게 깨진다. 정원은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고 조금씩 덤덤하게 세상과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런 그의 앞에 주차 단속 요원 ‘다림’이 나타난다. 그 당시의 주차 단속 요원들을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차 번호판을 찍었더란다. 자연스레 다림은 정원의 사진관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고 그들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생겨난다.
영화 초반의 정원과 후반의 정원에게 ‘죽음’은 어느새 다른 의미가 된다. 글쎄, 다른 의미라기보다 의미가 더해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간은 유한하기에 마지막은 다가온다. 마지막에서야 전해지는 먹먹한 고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오래 잊지 못하게 한다.
4. 겟아웃(2017)_”네 눈과 몸이 탐나서”
평화로운 풍경 아래 숨겨진 공포를 그려낸 스릴러 <겟 아웃>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평화로운 풍경 아래 숨겨진 공포를 그려낸 스릴러 <겟 아웃> / 이미지 출처: 영화 스틸컷
귀신이 ‘팍-’하고 등장하는 공포 영화에는 좀처럼 흥미를 붙이지 못한다면, 스릴러는 어떤가. 어느새 스릴러 하면 떠오르는 감독 조던 필의 ‘겟 아웃’은 묘한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을 때 꺼내는 영화다.
주인공 크리스가 여자 친구 로즈의 집에 초대 받아 그녀의 집으로 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특히 앵글과 미장센이 좋은 영화라고 평가되는데 확실히 기법이 극에 더하는 긴장감이 꽤 큰 편이다. 스릴러의 정석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은 만큼 무난하지만 부족함 없는 영화다.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관객 또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는다.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들로 피로감이나 지루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사람이 사람 없이 살 수 있겠냐마는, 그래서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이지 않은가. 평화 이면에 있는 것들의 서늘함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대로 믿고 있진 않을까 하는 공포를 주는 영화. 곱씹을수록 서늘한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한다.
글을 마치며
동사가 가득한 계절 여름. 삶의 동사들을 많이 찾는 하루하루를 보내면 좋겠다. 동사가 있다면 문장을 완성할 수 있다. 길게 방황하는 문장도 동사를 찾으면 마무리 짓고 다음 문장을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영화들을 보며 삶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만의 동사를 찾는 여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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