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IRE CLUB

점잖은 디자인과 교수가 주말마다 서킷으로 출근하는 이유

서킷에 빠진 교수의 이중생활,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와 함께한 짜릿한 모터스포츠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강정윤 2026.05.27
모터스포츠와 함께하는 완벽한 주말의 자동차 문화 3선
  • 현대 N 페스티벌 : 팝콘 배기음과 타이어 냄새 속에서 누구나 레이서가 되는 뜨거운 축제
  • 에스콰이어 카밋 :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취향을 공유하는 가장 세련된 소통 창구
  •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 서킷의 굉음과 이탈리안 우아함이 결합된, 640마력의 압도적 하이퍼카

솔직히 고백하자면, 학교 안 실기실에서 학생들의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렌더링만 보고 있으면 가끔 숨이 턱턱 막힙니다.


픽셀로 빚어낸 가짜 공기역학과 비슷비슷한 자동차 비례감에 갇혀 진짜 자동차가 뿜어내는 날것의 매력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종이 위에서 백날 날렵한 선을 그어봐야, 고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고 묵직한 배기음이 심장을 마구 찢어놓을 듯 울려 퍼지는 아스팔트 위의 열기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저는 점잖은 교수의 가면을 과감하게 벗어 던집니다. 미친 듯이 포효하는 기계들의 진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날 것 그대로의 아드레날린을 수혈받는 것, 이것이 바로 제 핏속에 흐르는 가장 자극적이고 은밀한 로컬취미입니다.


모니터 밖 진짜 세상에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제 주말의 이중생활을 공개합니다.




1. 현대 N 페스티벌 현장


폭발적인 주말의 첫 번째 목적지는 아마추어와 프로 레이서가 한데 엉켜 짐승 같은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현대 N 페스티벌 현장입니다.


일상을 벗어나 주말의 아스팔트 위로 뛰어드는 짜릿한 일탈의 시작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일상을 벗어나 주말의 아스팔트 위로 뛰어드는 짜릿한 일탈의 시작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서킷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강렬하게 찌르는 타는 듯한 타이어 냄새와 가슴을 쿵쿵 울리는 팝콘 배기음이 온몸의 세포를 단숨에 깨웁니다. 평일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누군가의 부모님이었을 사람들이, 주말에는 헬멧을 쓰고 레이싱 슈트를 입은 채 코너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트랙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랩타임 경쟁도 흥미롭지만, 패독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차량 세팅을 자랑하고 튜닝 노하우를 나누는 사람들의 빛나는 눈빛이야말로 진정한 자동차 문화의 정수입니다. 특정 소수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모터스포츠가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로컬취미로 훌륭하게 자리 잡았음을 피부로 체감하며, 사람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펀 드라이빙'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됩니다.




2. 에스콰이어 Car Meet


타는 듯한 타이어 냄새와 뜨거운 배기음이 가득한 현대 N 페스티벌 서킷 풍경.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타는 듯한 타이어 냄새와 뜨거운 배기음이 가득한 현대 N 페스티벌 서킷 풍경.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서킷에서 날 것의 아드레날린을 흠뻑 마셨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세련되고 농밀한 영감을 채울 차례입니다. 바로 에스콰이어에서 주최한 스페셜 카밋(Car Meet) 행사입니다.


모터스포츠를 향한 거친 열정이 서킷에 있다면, 카밋은 결이 맞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각자의 애마를 끌고 나와 취향의 교집합을 즐기는 낭만적인 로컬취미의 공간입니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희귀한 스포츠카와 튜닝카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각양각색의 오너들과 함께 자동차의 디자인 헤리티지와 숨겨진 엔지니어링 철학에 대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굳어있던 창작의 뇌관이 말랑말랑하게 풀리는 기분 좋은 쾌감을 경험합니다.



에스콰이어 카밋 현장에 모인 다양한 자동차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에스콰이어 카밋 현장에 모인 다양한 자동차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이번 에스콰이어 카밋에서 단연 시선을 강탈한 마스터피스는 마세라티의 한정판 모델, 'GT2 스트라달레'였습니다.


군중들 사이를 뚫고 등장한 차량의 실물을 마주한 순간,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완벽한 조형미에 압도당해 탄성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전 세계 단 914대만 허락된 이 엘리트 레이서는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합법적인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순수한 레이싱 유전자를 품고 있습니다.


위로 솟구치는 날렵한 버터플라이 도어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에어로다이내믹 실루엣은 타협 없는 경량화 기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휠 아치에 새롭게 적용된 카본 파이버 루버 펜더는 브레이크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전면 다운포스를 놀랍도록 끌어올립니다. 무엇보다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다중 포지션 리어 윙은 독보적인 최대 370kg에 달하는 다운포스를 생성하며, 제트기가 지상에 밀착해 비행하는 듯한 기적적인 접지력을 만들어냅니다.



MC20의 아름다움과 레이스카의 날 것이 만난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MC20의 아름다움과 레이스카의 날 것이 만난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직접 마주한 심장과 콕핏의 디테일은 더욱 비현실적입니다.


모데나에서 탄생한 640마력의 트윈 터보 V6 네투노 엔진은 F1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프리챔버 연소 시스템을 통해 0에서 100km/h까지 단 2.8초 만에 도달하는 짐승 같은 가속력을 뿜어냅니다.


MC12의 배기 시스템을 계승하여 투비 스타일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용접한 네투노 엔진의 맹렬한 사운드가 공간을 가득 채울 때, 시각과 청각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디자인 예술의 경지를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실내로 눈을 돌리면 이탈리안 장인의 우아함과 프로 드라이버의 감각이 360도로 펼쳐집니다.


레이싱 시프트 라이트가 통합된 카본 파이버 및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을 쥐고 아노다이징 처리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조작하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에 땀이 맺힙니다. 승리가 새로운 표현을 찾는 곳이라는 마세라티의 철학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 소재로 완성된 진정한 레이서의 콕핏 인테리어.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 소재로 완성된 진정한 레이서의 콕핏 인테리어.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단하고 답답한 평일을 뒤로하고, 주말마다 엔진의 굉음을 쫓아 아스팔트를 누비는 이 파격적인 로컬취미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삶과 디자인을 끈적하게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타는 듯한 냄새가 진동하는 모터스포츠 축제부터,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인 하이퍼카를 눈앞에서 분석하는 전율의 경험까지. 책상머리 교재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펄떡이는 영감들이 바로 이 도로 위에 무한히 널려 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쾌적하지만 무료한 일상과 스마트폰 화면에 질식할 것 같다면 망설이지 말고 근처의 자동차 행사나 카밋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미치도록 열정적인 사람들과 섞여 매력적인 기계들의 향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심장 박동이 터질 듯이 빨라지고 일상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줄 당신만의 완벽한 로컬취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SQUIRE CLUB MEMBER
강정윤
자동차디자이너 / 교수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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