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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 생각난다. 몸에 좋은 걸 챙겨 먹어야 할 것 같고, 괜히 평소보다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복날 음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삼계탕을 떠올리지만, 사실 여름 보양식의 매력은 닭 한 마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맑은 닭곰탕도 좋고, 땀을 식혀주는 냉국수도 좋다. 속을 편하게 채워주는 만둣국이나 사골 칼국수도 복날의 한 끼로 충분히 어울린다. 중요한 건 무더운 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느냐에 있다.
2026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에는 빕 구르망 71곳이 포함됐고, 그중 서울에서 복날과 잘 어울리는 다섯 곳을 골라봤다.
1. 3대 삼계장인
복날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는 곳은 역시 '3대 삼계장인'이다. 한국인의 복날 음식 삼계탕을 피해갈 수 없다. 서초동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으로, 빕구르망에 선정되며 명성을 높이고 있다.
삼계탕은 익숙한 음식이지만, 잘하는 집에서 먹으면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닭고기의 부드러움, 국물의 진함, 한방 재료가 주는 깊은맛이 한 그릇 안에서 균형을 잡아 끝까지 뜨겁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냥 뜨거운 국물이 아니라, 더운 날 일부러 땀을 내며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도 복날의 상징성이 가장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복날 맛집 리스트의 첫 번째는 무조건 이곳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집들이 조금 다른 방식의 보양식을 보여준다면, 3대 삼계장인은 가장 정석적인 복날의 맛을 보여주는 곳이다. 부모님과 함께 가도 좋고, 복날에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는 기분을 내기에도 좋다.
2. 계월
'계월'은 복날을 조금 더 담백하고 세련되게 보내고 싶을 때 어울리는 곳이다. 성동구 성덕정길에 있는 곰탕집이다.
계월의 매력은 삼계탕처럼 진하고 묵직한 방향이 아니라, 맑고 단정한 닭의 맛에 있다. 저온 조리한 닭가슴살, 따뜻한 밥, 얼갈이 배추, 기름기를 걷어낸 맑은 육수의 조합에서 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복날 음식이라고 해서 꼭 걸쭉하고 진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집이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추천하기 좋은 복날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성수에서 즐기는 트렌디한 보양식은 과하게 무겁지 않다. 삼계탕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닭으로 몸보신은 하고 싶은 날, 계월의 닭곰탕은 꽤 좋은 선택지가 된다.
3. 안덕
복날이라고 무조건 뜨거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안덕'이 좋다. 서촌 골목 안쪽에 자리한 한식집으로, 2026 미쉐린 빕 구르망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이다. 소고기 냉국수와 만둣국이 인기 메뉴다.
안덕이 가진 특별함은 뜨거움과 시원함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이기려고 뜨거운 국물을 찾는 사람에게는 만둣국이 있고, 너무 더운 날에는 소고기 냉국수가 있다. 복날 음식이라는 게 결국 몸을 챙기는 한 끼라면, 안덕의 담백한 국물과 만두도 충분히 그 범주 안에 들어온다.
특히 서촌이라는 동네와도 잘 맞는다. 일부러 찾아가서 밥 한 끼 먹고, 천천히 걸어 나오기 좋은 분위기가 있다. 복날에 삼계탕집 긴 줄이 부담스럽다면, 안덕처럼 조용하고 단정한 한식집을 추천한다.
4. 황생가 칼국수
'황생가 칼국수'는 복날에 닭은 아니어도 뜨끈하고 든든한 국물 한 그릇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곳이다. 북촌 쪽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칼국수와 만두 전문점이다.
황생가 칼국수의 장점은 익숙함이다. 칼국수와 만두는 특별한 날의 음식이라기보다, 몸이 허할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음식에 가깝다. 복날이라고 꼭 특별한 메뉴를 먹어야 한다기보다, 잘 끓인 국물과 부드러운 면, 속이 꽉 찬 만두가 있는 한 끼면 충분할 때가 있다.
이런 집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국물보다 한 숟가락 먹었을 때 바로 이해되는 맛이 있다. 특히 더운 날 밖에서 오래 걷다가 들어가 먹는 칼국수 한 그릇은 계절을 이기는 방식이 꽤 단순하다는 걸 알려준다. 따뜻한 국물, 꽉찬 만두, 오래된 식당이 주는 안정감은 복날에도 이 곳을 찾게 한다.
5. 개성만두궁
마지막은 인사동의 '개성만두궁'이다. 여느 만두집처럼 맑고 뽀얀 국물에 소고기와 여러 채소를 오래 끓여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내는 방식이다.
복날에 만둣국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더운 날 몸이 지쳤을 때, 진한 고기 국물에 큼직한 만두가 들어간 한 그릇은 생각보다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만두 한 알에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힘은 분명하다.
개성만두궁은 특히 어른들과 함께 가기 좋은 곳이다.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만두라는 메뉴는 남녀노소 편하게 먹기 좋다. 복날을 꼭 닭으로만 채우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만둣국 한 그릇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글을 마치며
복날 음식은 결국 몸을 위한 한 끼다. 꼭 닭 한 마리를 먹어야만 보양식이 되는 건 아니다. 진한 삼계탕이 끌리는 날에는 3대 삼계장인, 조금 더 가볍고 담백한 닭요리가 먹고 싶다면 계월이 좋다. 시원한 국수와 만둣국을 함께 고민하고 싶다면 안덕, 익숙하고 든든한 국물 한 그릇이 필요하다면 황생가 칼국수와 개성만두궁도 좋은 선택이다.
올해 복날에는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줄을 서기보다, 내가 먹고 싶은 보양식의 결을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 뜨겁게 땀 내며 먹을지, 맑게 비워낼지, 든든하게 채울지. 2026년 미쉐린 빕 구르망 안에서도 복날의 선택지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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