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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바를 만들었더니 밖에서 더 마시게 됐다

작은 와인셀러로 시작해 술장과 오크통까지 들인 홈바 생활. 술을 알아갈수록 새로운 한 잔을 찾아 밖으로 나가게 된 애주가가 5년째 찾는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소개한다.

프로필 by 기유종 2026.10.28
홈바 애주가가 5년째 찾는 우리술 축제
  • 밖에서 쓸 술값을 아끼려고 홈바를 만든다면 말리고 싶다.
  • 공부할 술이 늘자, 밖에서 술 약속도 늘었다
  • 11월 항상 양재 aT센터에서는 우리술 대축제를 만날 수 있다..
작은 와인셀러와 철제 선반에 좋아하는 술을 하나둘 모으며 시작한 첫 홈바. 조촐했던 공간은 술의 종류와 취향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작은 와인셀러와 철제 선반에 좋아하는 술을 하나둘 모으며 시작한 첫 홈바. 조촐했던 공간은 술의 종류와 취향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홈바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그럼 밖에서는 술 잘 안 마시겠네요?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더 마신다. 혹시 밖에서 쓰는 술값을 아끼려고 홈바를 만들 생각이라면 무조건 말린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법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 집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주 증류 원액을 프렌치 오크와 한국 신갈나무 오크통에 각각 나눠 숙성하는 모습. 완성된 술을 마시는 데서 나아가 집에서 술이 익어가는 과정까지 즐기게 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같은 소주 증류 원액을 프렌치 오크와 한국 신갈나무 오크통에 각각 나눠 숙성하는 모습. 완성된 술을 마시는 데서 나아가 집에서 술이 익어가는 과정까지 즐기게 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시작은 작은 와인셀러 하나와 이케아에서 산 철제 선반이었다. 술을 조금씩 들이다 보니 둘 곳도 조금씩 늘어났다. 지금은 공간이 우선 바뀌었다. 전통주와 일본 술, 맥주와 음료를 넣어두는 냉장고가 따로 있고, 와인셀러는 150병짜리로 바뀌었다. 증류주를 위한 홈바 장을 짜고 테이블도 들였다. 오크통도 샀다. 소주를 직접 숙성시키려고. 이미 만들어진 술을 사다 마시는 것으로 충분했을 텐데, 이제는 집에서 술이 익는 것까지 기다린다. 절약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전통주로 시작했지만

여러 나라의 증류주와 전통주, 와인부터 각종 글라스까지 한 벽면을 가득 채운 현재의 홈바. 전통주에서 시작된 관심이 위스키와 와인, 일본술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여러 나라의 증류주와 전통주, 와인부터 각종 글라스까지 한 벽면을 가득 채운 현재의 홈바. 전통주에서 시작된 관심이 위스키와 와인, 일본술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애초에 집에서 초록병 소주 한 병 마시려고 굳이 홈바까지 만들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술을 곁에 두고 싶고, 아직 모르는 술도 마셔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술을 알아가는 일은 한 주종 안에서 얌전히 끝나주지 않는다.


나는 전통주로 시작했다. 그러다 위스키와 와인을 마시고 공부했고, 같은 동양의 술인 일본 술도 찾아 마시며 우리 술과 비교했다. 무엇이 비슷하고 어디서 달라지는지 궁금했다. 한쪽에서 알게 된 것이 다른 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그러고 나면 처음 좋아했던 술에도 다시 물어볼 것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 술의 단맛일까, 향일까. 다른 나라의 술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어떻게 냈을까. 잔에 그대로 따를 때와 칵테일로 만들 때는 무엇이 달라질까. 이런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마셔볼 술이 자꾸 생긴다. 홈바에 서로 다른 나라의 병이 나란히 놓이게 된 데에는 나름의 공부가 있었다. 물론 그 공부를 핑계로 산 술도 있었을 것이다.


그쯤 되면 밖에서 밥 한 끼 먹는 일도 복잡해진다. 먹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식당을 찾으면 될 일을, 가져갈 술부터 정한 뒤 콜키지가 무료인 곳을 찾아 헤맨다. 취향이 맞는 사람과 만나면 이번에 마신 술을 이야기하다 다음에 열 병까지 정한다. 집에 있는 술은 충분한데 주류 박람회와 시음회 일정도 챙긴다. 거기서는 또 다른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11월에는 다들 양재에 있다

전국의 탁주와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현장. 필자는 5년 가까이 매년 이 행사를 찾아 새로운 우리술을 경험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전국의 탁주와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현장. 필자는 5년 가까이 매년 이 행사를 찾아 새로운 우리술을 경험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필자 제공

그렇게 찾아다니는 행사 중 해마다 빼놓지 않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 우리 술 대축제다. 매년 찾은 지 어느덧 5년 가까이 됐다.


우리술 대축제는 전국 각지의 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축제다. 탁주와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여러 주종을 다루는 행사에서 우리 술 부스를 찾아다니는 것과는 기분이 다르다. 여기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술에 시간을 써도 된다.


올해는 2026년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기간만큼은 전국의 전통주 애호가가 다 양재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술을 빚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함께 모이고, 평소 연락하던 이들을 만나 안부도 나눈다. 내게는 새로운 술을 구경하는 날이면서 사람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전통주를 통해 알게 된 캐나다 국적의 이모님과 함께 행사장을 돌다가 MBC 유튜브팀과 인터뷰도 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해마다 한국에서 오래 머무르시는 분이다. 평소 연락하며 우정을 쌓아온 분과 우리 술을 함께 즐기던 그 날이, 작년 축제에서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병 뒤의 설명보다, 병 앞의 사람

2026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은 블루와인컴퍼니의 ‘베리와인’. 처음 축제를 찾는다면 품평회 수상작부터 시음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 이미지 출처: 블루와인컴퍼니

2026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은 블루와인컴퍼니의 ‘베리와인’. 처음 축제를 찾는다면 품평회 수상작부터 시음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 이미지 출처: 블루와인컴퍼니

내가 이 축제를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술을 만든 사람을 만나며 시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전국의 양조장을 하나씩 찾아다녀야 할 일을 여기서는 부스를 옮겨 다니며 해볼 수 있다. 궁금했던 술의 맛을 확인하고, 곧바로 그 맛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집에서 술 한 병을 열면 궁금한 게 생겨도 일단 검색부터 한다. 여기서는 잔을 든 채 물으면 된다. 어떤 재료를 썼는지, 왜 이 도수로 만들었는지, 집에서는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은지. 생산자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맛보면, 처음에는 그냥 ‘맛있다’고만 생각했던 술에서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짚어볼 것이 생긴다.


질문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저는 단 술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떤 게 좋을까요?” “평소에는 위스키를 마시는데, 이 소주는 어떻게 마시면 좋을까요?” 지금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 병을 샀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남겨두는 것보다, 한 모금 맛보고 물어볼 수 있는 쪽이 훨씬 편하다.



무엇부터 마실지 모르겠다면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술이 많다는 것이 난관이다. 모르는 이름이 줄지어 있고, 어느 부스부터 가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내가 권하는 가장 쉬운 출발점은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수상작이다.


우리 술 품평회는 우수한 우리 술을 선정하는 정부 주관 경연대회다. 올해는 6개 부문에서 18개 수상작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축제에 앞서 발표하고, 우리 술 대축제에서는 그 술들을 소개하며 시상식도 연다. 올해 시상식은 11월 13일 개막식에서 진행된다.


방문 전에 수상작 목록을 보고 궁금한 술 몇 가지를 골라두자. 막걸리를 좋아한다면 탁주부터, 평소 와인을 즐긴다면 과실주나 약·청주 쪽부터 살펴봐도 좋다. 현장에서 시음할 수 있는 수상작을 찾아 맛보고, 마음에 들면 같은 양조장의 다른 술도 물어본다. 처음부터 모든 부스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보고 사는 가을의 장보기

가격도 반갑다. 그동안 다니면서 현장 할인 폭이 제법 큰 술을 만날 때가 있었다. 평소 궁금했던 술을 직접 맛본 뒤,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애주가에게는 꽤 설득력 있는 장보기다. 할인 여부와 조건은 부스마다 다르지만, 축제를 찾는 즐거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많이 할인한다는 이유만으로 살 필요는 없다. 몇 가지를 둘러본 뒤에도 생각나는 술, 집에서 한 잔 더 마셔보고 싶은 술을 고르면 된다. 홈바에 빈자리가 있는지보다 그 술을 언제 마실지가 더 중요하다. 이 말을 하는 내 집에 오크통까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축제가 열리는 늦가을도 마음에 든다. 선선한 공기를 쐬러 나갔다가 좋은 술을 만나고 돌아오는 외출. 취향이 맞는 사람과 가면 더 좋고, 서로 취향이 달라도 재미있다. 같은 술을 마시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시음할 생각이라면 차는 집에 두고, 모든 술을 맛보겠다는 욕심도 두고 가자.


5년 가까이 해마다 다닌 사람으로서, 이번 11월에는 한번 찾아보기를 권한다. 전통주를 잘 알아야 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무엇이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면 충분하다. 그날 고른 술을 다음번 집에서 마실 때는 함께 간 사람에게 연락해보면 좋겠다. “그때 우리 같이 마셨던 술, 한 병 열까요?”


밖에서 쓸 술값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여전히 추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의 홈바 생활이 왜 재미있는지 묻는다면, 이런 날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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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유종
한의사
웰니스와 주(酒)류 문화 사이를 오가는 한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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